185.淸平樂
宋 晏殊
金風細細 (금풍세세) 가을바람 소슬하니
葉葉梧桐墜 (엽엽오동추) 오동잎 떨어지네
綠酒初嘗人易醉 (녹주초상인이취) 좋은 술 처음 마시고 쉽게 취해
一枕小窓濃睡 (일침소창농수) 작은 창문 방에서 깊은 잠 들었네.
紫薇朱槿花殘 (자미주근화잔) 백일홍 붉은 무궁화 꽃은 지고
斜陽却照欄干 (사양각조난간) 비껴가는 해는 난간을 비춘다.
雙燕欲歸時節 (쌍연욕귀시절) 쌍쌍이 제비 돌아가고픈 시절에
銀屛昨夜微寒 (은병작야미한) 어제 밤 은병풍에 한기가 들었네.
註釋
綠酒: 새로 빚은 술. 술위에 녹색의 포말이 있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또 녹의라고도 칭한다. 당대 白居易의 <問劉十九>시에
綠蟻新醅酒(녹의신배주) 파란 거품 이는 새로 익은 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로) 빨갛게 달아오른 조그마한 화로.
欄干: 가로 비낀다는 의미. 唐 劉方平의 <月夜>에 更深月色半人家,北斗阑干南斗斜。(밤이) 더욱 깊어지니 달빛은 방안의 반쪽이고
(반쪽은 어둠인데), 북두칠성은 난간에 (걸렸고) 남두육성은 기울어졌다.
譯文
가을바람 살랑살랑, 오동잎 한잎 두잎 날아 떨어진다.
새로 빚은 술은 마시고 취하기 쉬워,
작은 창문 아래,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백일홍 붉은 무궁화는 이미 시들어 떨어지는데,
빗겨가는 태양은 오히려 다정하게 남은 가지를 비춘다.
쌍으로 나는 제비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화려한 침실에서 나는, 어제 저녁 이미 선선함을 느꼈다.
참고
[詞]란 무엇인가?
사는 당나라 때 민간에서 발생하여 경제의 발전과 문화의 성장에 따라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던 음악 문학으로, 송대에 이르러서 중요한 문학의 장르로 정착하였다. 사는 제왕, 경상, 문인, 승려를 비롯하여 기녀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에 의하여 지어졌으며, 그만큼 널리 유행하였다. 송나라 초기에는 구준(寇準, 961~1023), 범중엄(范仲淹, 989~1052), 송기(宋祁, 998~1061), 안수(晏殊, 991~1055), 구양수(歐陽修, 1007~1072), 안기도(晏幾道, 1030~1106) 등 사인들이 등장하였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의 노력으로 사의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 발전의 배경과 요인을 몇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도 도시 경제의 발전과 함께 민가의 가무가 성행함으로써 가창 문학을 제공하게 된 것이 그 기초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내용이 광범위해지고 그 체제도 차츰 번거로워졌다. 완전히 음악을 벗어난 독립적인 문학 작품도 있었으나, 음악성에는 손상을 주지 않고 그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둘째, 군왕들이 사를 제창하였다. 군왕들의 관심에 따라 문학의 발전은 커다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 당시 진종(眞宗), 인종(仁宗), 신종(神宗)은 모두 음률에 밝아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휘종(徽宗), 고종(高宗)은 사를 잘 하였다. 따라서, 귀족 사인들은 다투어 사를 지어 벼슬길을 구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송사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다.
셋째, 사체(詞體) 자체의 발전이다. 당나라 때에 성행하였던 시는 당 말엽에 이르러 차츰 쇠퇴하기 시작했다. 많은 시인들은 앞의 시인들의 작품을 모방, 표절하는 등 독창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문인들은 문학의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였으며, 사는 송대에 이르러 새로운 체제의 문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300년 동안에 걸쳐 사 문학의 찬란한 업적을 이루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