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여행하는 법

甘冥堂 2018. 10. 6. 10:18

인도.

여인숙 맞은편 골목 음료수 가게 주인이 물었다. “나마스카, 오늘은 어딜 갑니까?”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하루 일정을 설명하곤 했다.

“거 좋은 생각이오. 역시 여행을 제대로 하는 군요” 이튿날 또 만났다. 또 설명해 주었다.

“대단히 훌륭하십니다. 역시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서 다르군요”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이렇게 묻고 대답했다.

 

닷새가 지나고, 그 다음날 또다시 골목에서 그 가게주인과 마주쳤다.

“나마스카, 오늘은 또 어딜 갈 겁니까?”

나는 입술을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너무 돌아다녀서 입술이 다 부르텄어요. 이젠 볼만한 다 보았으니

오늘은 그냥 인도문 앞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구경할래요.”

그러자 가게 주인이 말했다.

“이제야 정말로 여행하는 법을 터득했군요. 좋습니다. 나도 함께 갑시다.”

그렇게 해서 그날 나는 그 가게 주인과 저녁때까지 해변가에 걸터앉아 행인들을 구경했다.

 

이튿날 배낭을 짊어지고 떠나는 내게 그 가게 주인이 말했다.

“어디로 가든지 너무 자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마시오. 한 장소에 앉아서도 많은걸 볼 수 있으니까요.

좋은 여행이 되길 빌겠소. 그럼 잘 가시오. 나마스카!”

 

나마스카는 인도인들의 인사말로’ 당신속의 신에게 절을 한다.‘ 는 뜻이다.

유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의 한 소절이다.

 

광장이나 공원 벤치에 앉아 주위 풍광이나 오가는 행인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된다.

이번 여행중에 이를 실행하지 못한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까미노길을 끝낸 후 산티아고 성당 앞에서. 바로셀로나 가우디 가족성당 앞에서,

그리고 마드리드 솔 광장에 서너 시간 우두커니 앉아 있었던 것이 전부였다.

무엇이 그리 급했나?

그 시간이 좀더 길었어야 했는데...

 

지루하단 생각이 들었다면,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렸다면 그건 이미 여행이 아닌 것을...

왜 이 생각을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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