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모임 하는 날

甘冥堂 2020. 3. 5. 10:52

모임 하는 날

 

杏始華一會              살구꽃 필 때 한번 만나고

桃始華一會              복숭화 꽃 필 때

盛夏蓏果旣熟一會     한여름 참외가 익을 때

新涼(西池)賞蓮一會  서늘한 바람 불어 연꽃이 필 때

菊有華一會              국화꽃 필 때

冬大雪一會              큰 눈이 내릴 때

歲暮盆梅放花一會     세밑에 분재에 매화꽃이 필 때.

 

 

모일 때 마다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마시며 인생을 논할 수 있도록 한다.

나이 적은 사람부터 먼저 모임을 준비하여 한 차례 돌면 다시 그렇게 하되,

혹 손주를 본 사람이 있으면 모임을 마련하고,

학위를 딴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출세한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떼돈 번 사람이 있으면 마련한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만나

헤픈 술이나 마시고 생구라나 푸는 그런 모임은 이제 그만.

모임에도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사실 이런 모임은

18세기 말 茶山 정약용 형제가

벗들과의 시모임 '죽란시사'를 결성하고 함께 정한 규약이다.

 

너무 멋지지 아니한가?

 

밤꽃 필 때도 한번 만나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

? 아는 사람만 아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