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하는 날
杏始華一會 살구꽃 필 때 한번 만나고
桃始華一會 복숭화 꽃 필 때
盛夏蓏果旣熟一會 한여름 참외가 익을 때
新涼(西池)賞蓮一會 서늘한 바람 불어 연꽃이 필 때
菊有華一會 국화꽃 필 때
冬大雪一會 큰 눈이 내릴 때
歲暮盆梅放花一會 세밑에 분재에 매화꽃이 필 때.
모일 때 마다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마시며 인생을 논할 수 있도록 한다.
나이 적은 사람부터 먼저 모임을 준비하여 한 차례 돌면 다시 그렇게 하되,
혹 손주를 본 사람이 있으면 모임을 마련하고,
학위를 딴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출세한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떼돈 번 사람이 있으면 마련한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만나
헤픈 술이나 마시고 생구라나 푸는 그런 모임은 이제 그만.
모임에도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사실 이런 모임은
18세기 말 茶山 정약용 형제가
벗들과의 시모임 '죽란시사'를 결성하고 함께 정한 규약이다.
너무 멋지지 아니한가?
밤꽃 필 때도 한번 만나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
왜? 아는 사람만 아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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