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達觀(달관)

甘冥堂 2022. 8. 30. 13:56

세상 사는 일에 절대적인 것은 없는 것이지.

아무리 맛없는 술 한 잔도 끓인 차 보다는 낫고,
거친 삼베옷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고,
추하고 악한 마누라도 빈방 보다는 낫다.

힘든 벼슬살이의 삶이 하릴없이 즐기는 처사보다 나을 것 없고,
옥으로 장식한 옷에 장식되어 관 속에 누워 있는 것이
따뜻한 햇볕 등에 가득 지고 앉아 있는 누더기의 삶만 하겠는가?

책을 읽다가 양을 잃어버린 것이나,
노름에 미쳐 양을 잃어버린 것이나
양을 잃어버린 것에 있어서는 똑 같은 것이지.

부귀영화 이루려 애를 쓰나
그것도 백 년도 안 되는 지극히 빠른 삶에 지나지 않고
세상일 시비성패, 희노애락도
한 번 술에 취해 잊느니만 못하다.

그저 묽은 술이라도 마시고 너전한 세상일은 잊고 사는 게 상책이다.
세상을 달관한 경지라 하겠다.


요즘의 소봉처사.
하릴없어 밖에도 안 나가고
집안에 틀여박혀 엉뚱한 생각에 몰두하다가
문득 소동파의 이 싯구가 떠오른다.
어찌 그리 처사의 생각과 같은가?

어디 누가 불러 주는 데 없나?
이놈의 전화 고장이 났는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벨소리 한 번 안 울리네.

하루가 이틀되고 이틀이 열흘되고 열흘이 두어 달 되고...
세월이 이렇게 간다.

엊그제만 해도 덥다고 난리치며
얼음에 에어컨에 벌거벗고 눕더니
이젠 홑이불이 없으면 감기걸리기 똑참이다.
세월은 어김없이그렇게 흐른다.

잠이 안 와 술을 한 잔 마셔도,
그게 술인지 물인지 아무 맛도 모르고.
책을 읽으려해도 무슨 소린지 이해도 안 가니 어쩌란 말인가?

누가 말했나?
하릴없이 즐기는 처사가
하찮은 벼슬살이보다 낫다고.
그건 백수살이 30년 처사 앞에서 할 소리가 아니지.

처사에게 달관이란
아직 먼 세상끝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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