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난초 꽃피다

甘冥堂 2022. 9. 5. 11:16

여름도 끝날 무렵
느닷없이 난꽃이 피었다.
난이 꽃피는 시기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겨울이 지난 초봄에 피는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초가을에 피는 것을 보니 새삼스럽다.

사실 이 꽃이 무슨 종류의 난인지도 모른다.

북송의 황정견(黃庭堅)은 『수죽기(脩竹記)』에서 “한줄기에 꽃 한송이가 피고 향기가 많은 것은 난이고,
한 줄기에 예닐곱송이가 피면서 향기가 적은 것은 혜(蕙)이다.”라고 했다.

이로 미루어 한줄기에 꽃 한두 송이가 피었으니 난인 것 같다.

베란다에 함부로 놓아둔 난아
미안해.
장독대 옆에서 장내를 맡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구나.

시원찮은 글씨지만 붓을 한 번 잡아본다.

萬家春風百花舞
온 동네에 봄바람 부니
온갖 꽃들이 춤을 추는구나.

그러나 아쉽게도 봄이 오려면 반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이 꽃이 견딜 리 없으니
다만 아쉬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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