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자린고비

甘冥堂 2022. 9. 12. 06:41

천장에 굴비 한 마리를 매달아 놓고
밥 한 술 뜨고 굴비 한번 쳐다보고
또 한 숟갈 먹고 침 흘리며 올려다 본다.

저녁장을 볼 겸 주문진 어시장에 갔다.
항상 그렇듯, 더구나 추석연휴라 관광객들로 붐볐다.
갈 때마다 들르는 어민들의 좌판은 공사 중인지 막아놓고
상인 단 1명만이 홍게를 팔고 있었다.
5마리에 15만원.

살까 말까 망설이다 돌아섰다.
단 한 집뿐이니 가격이나 품질을 비교할 수가 없고, 또 너무 비싼 것 같아서였다.

그냥 양양시장으로 가서 조개구이나 먹자.
조개구이에 소주 한 잔하니 14만원 가량 계산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먹어도 그런 정도인 걸...
이리저리 재다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쪼잔한 내 성격이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줄 걸. 줄 때 화끈하게 줘야지,
줄듯 말듯하다가 마지못해 주면,
주고도 욕을 먹는다.

혹자는 짠돌이라고 흉을 본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다른데 짠돌이가 뭐냐? 짠돌이가.
'합리적'이라고 해야지.

옛말에 검소함에서 사치로 들어가기는 쉽지만,
사치에서 검소함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평소 검소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굴비 한 마리를 아낀 자린고비는

후에 나라에 기근이 들자
모아놓은 전재산을 털어 난민을 구제했다고 한다.

그게 검소함의 뒤끝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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