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백락(伯樂)-명마

甘冥堂 2022. 9. 9. 20:14

말을 살핌은 비쩍 마른 데서 놓치게 되고
선비를 알아봄은 가난에서 실수가 생긴다.
相馬失之瘦, 相士失之貧.

-김득신(金得臣), 《종남총지(終南叢志)》


《삼국사기》 〈온달전〉을 보면, 처음 온달이 말을 살 때에 공주는 이렇게 말한다.
“삼가 시장 사람의 말은 사지 마시고, 나라 말로 병들어 비쩍 말라 쫓겨난 놈을 고른 뒤에 이것을 사십시오.”
겉보기에 살지고 번드르르한 말은 시장 사람의 말이다.
병들어 비쩍 말라 뼈가 다 드러난 말은 나라의 마굿간에 있다가 병들어 쫓겨난 말이다.
하지만 혈통이 다르다.
시장 사람 말은 기껏해야 마차 끄는 데나 쓸 수 있지만, 전장에 나가 싸우는 장수의 말이 될 수는 없다.

세상에 천리마가 없었던 적은 없다.
다만 그것을 알아보는 백락(伯樂)이 없었을 뿐이다.
혈통 좋은 천리마도 기르는 사람을 잘못 만나면 비루먹어 병든 말이 된다.
겉만 보고는 잘 알 수가 없다. 비쩍 말랐다고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말 가운데 명마가 있다.


꾀죄죄한 행색 때문에 눈길 한 번 받지 못하는 가난한 선비 가운데 숨은 그릇이 있다.
하지만 우리 눈은 언제나 껍데기만 쫓아다닌다.
번드르한 겉모습에 현혹되어 속는다.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다.

◆ 김득신(1604-1684)은

본관 안동(安東), 자 자공(子公), 호 백곡(柏谷). 당시 한문4대가인 이식(李植)으로부터
“그대의 시문이 당금의 제일”이라는 평을 들음으로써 문명(文名)이 세상에 알려졌다.
공부할 때 옛 선현과 문인들이 남겨놓은 글들을 많이 읽는 데 주력했고
특히 <백이전(伯夷傳)>은 억번이나 읽었다고 하여 자기의 서재이름을 억만재(億萬齋)라 지었다.
저서에 ‘백곡집’(柏谷集) ‘종남총지’(終南叢志) 등이 있다.

화가 김득신(1754~1822)과는 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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