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風憐心

甘冥堂 2022. 10. 28. 22:03

풍연심(風憐心)

풍연심이란 말이 있다.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는 뜻이다.

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었다.
이 기(夔)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기에 발이 100여개나 되는 지네(蚿)를 몹시도 부러워 했다.

그 지네에게도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蛇)이었다.
발이 없어도 잘 가는 뱀이 부러웠던 것이다.

이런 뱀도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風)을 부러워 했다.
그냥 가고 싶은 대로 어디론지 싱싱 불어 가는 바람이기에 말이다.

바람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目)을 부러워했다.

눈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心)을 부러워했다.

그 마음에게 물었다. 당신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습니까?
마음은 의외로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상 동물인 외발 달린 기(夔)”라고 답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 하는지 모른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상대적으로 가진 상대를 부러워 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것을 모르는 것이다.

세상이 힘든 것은 부러움 때문이 아닐까?
상대방의 지위와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면서 늘 자신을 자책하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부러워하고,
부자는 권력을 부러워하고,
권력자는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화목한 사람을 부러워한다.
결국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나"다.


[원문]

장자(莊子) - 외편(外篇) 추수(秋水)

夔憐蚿(기련현),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짐승은 지네를 부러워하고,

蚿憐蛇(현련사),
지네는 뱀을 부러워하고,

蛇憐風(사련풍),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風憐目(풍련목),
바람은 눈을 부러워하고,

目憐心(목련심).
눈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夔謂蚿曰(기위현왈):「吾以一足趻踔而行(오이일족참탁이행),
기가 지네에게 말하였다. “나는 한 발로 껑충거리며 뛰어다니나,

予無如矣(여무여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今子之使萬足(금자지사만족), 獨奈何(독내하)?」
지금 당신은 많은 다리를 쓰고 있으니, 얼마나 편합니까?

蚿曰(현왈):「不然(불연).
지네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子不見夫唾者乎 (자불견부타자호)?
당신은 침 뱉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噴則大者如珠 (분칙대자여주),
침을 뱉으면 큰 것은 구슬과 같고,

小者如霧(소자여무),
작은 것은 안개 같습니다.

雜而下者不可勝數也 (잡이하자불가승수야).
섞여서 떨어지면 그 수를 셀 수 없습니다.

今予動吾天機(금여동오천기),
지금 나는 나의 타고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라

而不知其所以然 (이불지기소이연).
편리하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蚿謂蛇曰(현위사왈):「吾以衆足行(오이중족행),
지네가 뱀에게 말했다. “나는 많은 다리로 다니지만,

而不及子之無足 (이불급자지무족), 何也(하야)?」
발 없는 것에 미치지 못하니, 어째서입니까?”

蛇曰(사왈):「夫天機之所動 (부천기지소동), 何可易邪 (하가역사)?
뱀이 말했다. “타고난 능력으로 움직이는 것을 어찌 바꾸겠습니까?

吾安用足哉(오안용족재)!」
내가 어찌 발을 쓰겠습니까!”

蛇謂風曰(사위풍왈):「予動吾脊脅而行(여동오척협이행),
뱀이 바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척추와 갈빗대를 움직여 다니니,

則有似也(즉유사야).
의지하는 바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今子蓬蓬然起於北海 (금자봉봉연기어북해),
지금 당신은 휙휙 소리를 내며 북해에서 일어나

蓬蓬然入於南海 (봉봉연입어남해),
휙휙 소리를 내며 남해로 들어가는데

而似無有(이사무유),何也 (하야)?」
의지하는 곳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風曰(풍왈):「然(연).
바람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予蓬蓬然起於北海而入於南海也(여봉봉연기어북해이입어남해야),
나는 휙휙 소리를 내며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들어갑니다.

然而指我則勝我 (연이지아즉승아),
손가락도 나를 이길 수 있고,

鰌我亦勝我 (추아역승아).
발길질도 나를 이길 수 있습니다.

雖然(수연), 夫折大木(부절대목),
그러나 큰 나무를 꺾고,

蜚大屋者(비대옥자), 唯我能也 (유아능야),
큰 집 지붕을 날리는 것은 바로 나의 능력입니다.

故以衆小不勝爲大勝也 (고이중소불승위대승야).
그러므로 작은 것을 이기지 못하면서 큰 것은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爲大勝者(위대승자), 唯聖人能之 (유성인능지).」
크게 이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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