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別無長物

甘冥堂 2022. 10. 30. 21:01


별무장물(別無長物)
– 필요한 물건 외에 남는 물건이 전혀 없다. 검소한 생활을 뜻한다.

재물은 얼마가 있으면 만족할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모든 불행은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깨우치는 동서양의 금언도 많다.

현명한 자가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을 잃고,
어리석은 자가 재물이 많으면 그 과오를 더한다고 했다.

재화는 오물과 같이 쌓여 있을 때에는 냄새를 피우고,
뿌려졌을 때엔 땅을 기름지게 한다고도 말했다.
이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듯이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 인생이다.

불교 禪宗(선종) 惠能(혜능) 조사의 偈(게)에서 나왔다는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이란 말은
본래 아무 것도 없었으니 그대로 지키는 무소유의 경지를 비유했다.

이런 성어보다는 덜하지만 아주 필수적인,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 외에는
남아도는 물건(長物)이 더 이상 없다(別無)는 이 성어도
몹시 검소하거나 지극히 가난한 생활을 나타냈다.

중국 唐(당)나라 때 太宗(태종)의 지시로 房玄齡(방현령) 등이 편찬한 ‘晉書(진서)’에 유래가 실려 있다.

東晉(동진, 317~419) 시대에 王恭(왕공)이란 사람은 청렴하고 지조가 있어
주위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어느 때 부친 王蘊(왕온, 蘊은 쌓을 온)의 임지인 회계지역으로 따라가 지내게 되었어도
검소한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하루는 친척이자 막역하게 지내는 王忱(왕침, 忱은 정성 침)이 찾아와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왕침은 왕공이 앉은 회계지방의 특산품인 여섯 치나 되는 새 대자리를 보고,
많이 있으면 자기에게 한 장 달라고 했다.
그러자 즉석에서 응낙하고 왕공은 竹席(죽석)을 내주었다.
사실은 왕공도 그 한 장 뿐이어서 그 뒤로는 짚으로 엮은 방석을 깔 수밖에 없었다.

후일 사실을 알게 된 왕침이 자리가 많은 줄 알고 그랬다며 사과한 뒤 그 연유를 물었다.

왕공은 웃으며 ‘나는 평생 남아도는 물건이 없는 사람이라네
(吾平生無長物/(오평생무장물)’라고 대답했다.

모두들 꼭 필요한 물건 외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는 사회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다.
그렇더라도 정당하지 않게 재산을 불려 나갈 때는 지탄받기 마련이다.

특히 부유층이나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공직자들은 이 말을 명심해야겠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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