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甘冥堂 2023. 1. 7. 11:38


오래전 배낭 하나 짊어지고 멀리 인도와 네팔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석가모니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인도로 들어가 인도 각지를 여행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어 본 말이 ‘노프라블럼(No problem)’ 이었다.



류시화 작가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에
‘노프라블럼(No problem)’이란 글이 있어 요약 정리해 본다.

인도 여행하는 도중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이
‘노 프라블럼!’(문제가 될 것이 없어요!)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닥쳐와도 그들은 “노 프라브럼”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어도 ‘노프라블럼’이고, 자전거가 펑크가 나도 ‘노 프라블럼’이며,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어도 이미 살아났으니 ‘노프라블럼’이다.


기차가 무한정 연착해도 ‘노 프라블럼’이고,
인도 대사관에 비자 재촉을 해도 ‘노 프라블럼’이니 무조건 기다리라고 한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대로 모든 일이 잘 진행될 텐데

왜 스스로 안달하고 초조해져서 자신을 괴롭히냐는 것이지요.

여행 중에 잘 방이 없어 나무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도
‘노 프라블럼’이라고 타이른다. 그들이 ‘노 프라블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이런 것이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로 결코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인류는 수만 년 동안 맨발로 정글 속을 누비고 다닌 역사가 있다.
그러니 당신이 몇 시간 동안 맨발로 다닌다고 해서 원숭이로 퇴화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는가?’ ‘노프라블럼’이다.
대학에 갖다 바칠 등록금으로 인도 여행을 떠나면,
몇 년을 귀족처럼 다니면서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약속을 안 지켰는가?’ ‘노프라블럼’이다.
그 사람은 이미 그런 식으로 약속을 안 지키도록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을 훌륭히 해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 배역을 당신 앞에서 해 보인 데는 분명히 어떤 교훈이 있을 것이니까.
짐작건대 인도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희랍 철학자 ‘에픽테토스’와 비슷하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이러 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리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너의 배우자가 죽었는가?’ 아니다. 그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 뿐이다.
‘너의 재산과 소유물을 잃었는가?’ 아니다. 그것들 역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에픽테투스는 또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되어가기를 기대하지 마라. 일들이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이라.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오게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가게하라.
그때 그때의 삶은 순조롭고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에픽테투스는 원래 노예였다. 그의 주인은 늘 그를 학대했는데,
하루는 주인이 심심풀이로 에픽테투스의 다리를 비틀기 시작했다.
에픽테투스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계속 비틀면 제 다리가 부러집니다."
주인은 어떻게 하는가 보려고 계속해서 다리를 비틀었고, 마침내 다리가 부러졌다.
그러자 에픽테투스는 평온하게 주인을 향해 말했다고 한다.
"거 보십시오.부러지지 않았읍니까?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말라.
이말은 에픽테투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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