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열엿새 달빛

甘冥堂 2023. 1. 8. 04:56

다산 정약용은 보름달보다는 그 다음 날인 열엿새 날의 달빛이 가장 밝은 달이라고 했다.


달구경은 둥근 보름달만이 아니라네
구름 없는 밤이라야 그때가 가을 하늘이지
넘실대던 강물 남아 금물결 넓고 넓어
더운 기운 모두 사라져 우주가 선명하네
인간 세상에 몇 차례나 이런 즐거움 돌아올까
아름다운 밤 한번 만났으니 기이한 인연이로세
산의 절에서 지내자도 단풍잎은 아직 없으니
호수 위의 정자에 올라 시나 읊겠네

看月非關十五圓 (간월비관십오원)
絶無雲處始秋天 (절무운처시추천)
漲㾗未落金波闊 (창랑미락금파활)
炎祲全消玉宇鮮 (염침전소옥자선)
人世幾回能此樂 (인세기회능차락)
良宵一遇是奇緣 (양소일우시기연)
且留山寺遲紅葉 (차유산사지홍엽)
會向湖亭擘彩牋 (회향호정벽채전)

「팔월 십육일 달빛이 가장 맑다 [八月十六夜月色最淸] 」




지금 비록 가을은 아니지만
한겨울 창밖을 비추는 달빛도 밝기만 하다.
미세먼지에 고비사막에서 날아온 황사가 겹쳐 최악의 공기질이지만,
그래도 달빛을 아주 가릴 수는 없었나 보다.

그나저나 언제 보름이 지났노?
세월이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지내니 팔자 하나는 늘어진 게 아닌가?

人世幾回能此樂 인간 세상에 몇 차례나 이런 즐거움 돌아올까?

이게 즐거움인지 서글픔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한밤중에 달을 바라보는 것도 낙이라면 樂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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