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陶淵明)(365~427)은 강주(江州) 심양군(尋陽) 출생으로 그 지방에서 뿌리를 내린 시골 선비 집안 출신이다.
그는 은둔 생활을 하던 아버지의 외동아들이었는데 29세 때 고향 강주의 좨주(祭酒, 교육장)로 관료생활을 시작했으나
선비의 감성과 기개가 있어 틀에 박힌 관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사임했다.
35세 때에는 장군 유뢰지(劉牢之)의 참모가 되었으나 역시 곧 그만두었고,
한두 해 뒤에 형주(荊州) 자사(刺史) 환현(桓玄)의 막료가 되었으나 모친상을 당해 사직했다.
이후 팽택(彭澤) 현령(縣令)을 지내다가 41세 때 사퇴하고 은둔 생활에 들었다.
현령이 된 지 80일 쯤 되어, 현의 관리를 감찰하는 독우(督郵)에 앞서 독우의 부하에게서 자신을 마중나오도록 연락을 받자,
"내가 어째 오두미(五斗米, '쌀 다섯 말'의 뜻으로 얼마 안되는 녹봉을 뜻함) 때문에 허리를 굽히겠느냐
(我豈能爲五斗米折腰)"라고 일갈하고 향리로 돌아갔다.
그 직후 남긴 글이 <귀거래사>이다.
도연명은 이후 향후 20여 년 동안 이어지는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은거한 지 3년 만에 고향을 떠나 남촌(南村)으로 이사하여 만년을 보냈다.
그는 술을 좋아하여 가세가 곧 기울었지만 그곳에서 왕홍(王弘), 은경인(殷景仁), 안연지(顔延之) 등 많은 관료·지식인과 친교를 맺게 되었다.
이들은 이후 송나라의 장관과 문단의 지도자가 되어 도연명의 이름과 작품이 후세에 전해지는데 공을 세웠다.
도연명의 시문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4언시(四言詩) 9수, 5언시 115수, 산문 11편이다. 이중 저작연대를 알 수 있는 것은 80수 정도이다.
■귀거래사歸去來辭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관직을 버리고 떠나면서 읊은 시로, 노장 사상의 영향을 받아 전원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도연명은 중국 강주 출생으로, 뒤늦게 관리가 되어 십여 년을 봉직했으나 끝내 "어찌 오두미 때문에 허리를 굽히겠느냐"라는 말을 남기고 관직을 그만두었다.
이후 남촌에 은둔하면서 문단과 교류했다.
<귀거래사>는 도연명이 41살 때 마지막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가는 소회를 운문으로 쓴 작품이다.
초사체(楚辭體)의 형식을 따른 전문은 모두 240여 자(字)이며,
각운(脚韻)이 다른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귀거래혜(歸去來兮, 돌아가노라)"로 시작되는 첫째 장은 관리생활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읊었고,
둘째 장은 집에 도착한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셋째 장은 고향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 느낀 철학을 담고 있으며,
마지막 장은 자연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겨 살아가려 한다는 자신의 다짐과 소감을 드러내고 있다.
"귀거래혜"라는 감탄사가 중간에 반복되면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흐름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귀거래사>는 노장 사상(老莊思想)의 영향을 바탕으로 전원생활에서 느끼는 자유와 평안을 노래한 시다.
입신과 양명에 눈이 멀어 권력에 아부하고 금권을 좇아 타락하는 관료 사회에 대한 염증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원에서 자연을 접하는 아름다움과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기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후 도연명의 대표작으로 꼽히면서 6세기 초 남조(南朝) 양(梁)의 소명태자(昭明太子)가 편찬한 시문선집(詩文選集)인 <문선(文選)>에 수록되었고,
송나라 말 원나라 초에 뛰어난 시문을 모은 <고문진보(古文眞寶)>에도 수록되어 이후 한문학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전해 내려왔다.
<고문진보>는 14세기에 조선에도 전해져서 조선의 선비들이 문장을 사숙하는 교본이 되었다.
歸去來辭 (귀거래사)
歸去來兮 (귀거래혜)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자, 돌아가자.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舟遙遙以輕颺 (주요요이경양)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 보며,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 (내첨형우)
載欣載奔 (재흔재분)
僮僕歡迎 (동복환영)
稚子候門 (치자후문)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손 흔들어 나를 맞는다.
三徑就荒 (삼경취황)
松菊猶存 (송국유존)
携幼入室 (휴유입실)
有酒盈樽 (유주영준)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다.
어린 놈 손 잡고 방에 들어오니,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술단지 끌어당겨 나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해하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이 얼마나 편한가.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찾아오는 이 없어 항상 닫혀 있다.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影翳翳以將入 (영예예이장입)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저녁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돌아왔노라.
세상과 사귀지 않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겠다.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或命巾車 (혹명건차)
或棹孤舟 (혹도고주)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已矣乎 (이의호)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아, 인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羨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있게 자라고,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른다.
만물이 때를 얻어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나의 생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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