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無何有之鄕

甘冥堂 2023. 11. 8. 15:17

無何有之鄕

 

莊子 內篇 第一篇 逍遙遊無用之用(무용지용)이 나온다.

 

쓸모 있는 나무는 일찍 베어진다. 계피나무는 향기가 있다고 하여 베고, 옻나무는 베어 칠에 쓴다.

하지만 옹이가 박히고 결도 좋지 않아 어디에도 쓸모없던 나무는 베어가는 사람이 없어서

가장 크고 무성하게 자라 원래 나무의 본성을 발휘한다

 

惠子謂莊子曰; 吾有大樹, 人謂之樗.

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 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 立之塗, 匠者不顧.

今子之言, 大而無用, 衆所同去也.

(혜자위장자왈; 오유대수, 인위지저.

기대본옹종이부중승묵, 기소지권곡이부중규구, 입지도, 장자불고.

금자지언, 대이무용, 중소동거야.)

 

혜자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나 있는 곳에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가죽나무라 부르오.

그 큰 줄기는 혹투성이여서 먹줄을 칠 수가 없고, 그 작은 가지들은 뒤틀려져 있어서 자를 댈 수도 없소.

길가에 서 있지만 목수들도 거들떠보지 않소.

지금 당신의 말도 크기만 했지 쓸 곳은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상대도 안 할 거요."

 

莊子曰; 子獨不見狸狌乎? 卑身而伏, 以候敖者, 東西跳梁, 不避高下, 中於機辟, 死於罔罟.

今夫斄牛, 其大若垂天地雲. 此能爲大矣, 而不能執鼠.

今子有大樹, 患其無用. 何不樹之於無何有之鄕, 廣莫之野,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不夭斤斧, 物無害者. 無所可用, 安所困苦哉?

(장자왈; 자독불견리성호? 비신이복, 이후오자, 동서도량,불피고하, 중어기벽,사어망고

금부리우, 기대약수천지운. 차능위대의, 이불능집서.

금자유대수, 환기무용, 하불수지어무하유지향, 공막지야, 방황호무의기측, 소요호침와기하/  

불요근부, 뭉무해자. 무소가용,안소곤고재?)

 

장자가 말하였다. "당신 혼자 삵괭이를 보지 못했소? 몸을 낮추고 엎드려서 튀어나올 먹이를 노리지만,

높고 낮음을 꺼리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덫에 걸리고 말거나 그물에 걸리어 죽고 마오.

斄牛(태우)란 소는 그 크기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소. 이놈은 큰일은 할 수 있지만 쥐는 잡지 못하오.

 

지금 당신은 큰 나무를 가지고 그것이 쓸 데가 없다고 근심하고 있소.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고장,

광막한 들에 그것을 심어 놓고, 하는 일 없이 그 곁을 왔다갔다 하거나 그 아래 노닐다가 드러누워 낮잠을 자지 않소?

 

그 나무는 도끼에 일찍 찍히지 않을 것이고, 아무것도 그것을 해치지 않을 것이오.

쓸 데가 없다고 하여 어찌 마음의 괴로움이 된단 말이오?"

 

 

아무것도 없는 본향(無何有之鄕)’이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키워드다.

장자의 깊은 속마음이 이 무하유지향에 담겨있다.

 

우리의 인생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당신의 부모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당신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무하유지향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심연과 같다.

하늘을 닮은 내면의 본성의 자리, 그곳이다.

우리 내면의 스스로 그러한 본바탕, 아무런 색깔로도 물들지 않고,

어떤 색깔도 받아들이지 못함이 없는 현현처(玄玄處)가 그곳이다.

 

이름도 없고(無名), 욕망도 없고(無欲), 함도 없고(無爲), 앎도 없는(無知) 그 자리다.

모든 모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無相) 바로 그 자리다.

 

, 그런데 장자는 바로 그런 무하유지향의 너른 들판에 그 나무 종자를 심어보라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마음의 본향에 한 그루의 노거수를 심고 가꾸어서,

그 밑에서 어슬렁어슬렁 놀아보면 어떠냐? 고 한다.

 

괴로워할 이유도 없고, 슬퍼할 까닭도 없다. 그 노거수 밑에는 참된 ()’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진정한 마음 닦음()이 이루어질 것이다.

당신은 바로 그 진짜배기 노닒()의 한가운데로 초대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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