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과 동백
혹독한 동장군과 겨울을 이겨낸 동백.
그러나 봄을 기다리는 모란.
봄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전남 강진에는 서정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유명한 민족시인 영랑 김윤식(1903~50) 선생의 생가가 있다.
해마다 봄이면 영랑생가 주변에는 활짝 핀 모란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런 영랑생가 옆에 세계모란공원.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화려한 모란을 구경할 수 있는 공원이다.
세계모란공원은 영랑생가에서 70m가량 떨어진 곳에 들어섰다.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주제로 한 세계모란공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란공원이다.
약 1만5000㎡ 크기의 공원에 한국과 중국·프랑스·네덜란드·독일·영국·미국·일본 등
8개국이 원산지인 50여 종의 모란 2700그루가 심어져 있다.
149㎡ 규모의 저온저장고에는 모란 종자가 보관돼 있다.
이 종자를 비닐온실(119㎡)과 유리온실(647㎡)에 옮겨 심어 사계절 내내 모란을 감상할 수 있다.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모란의 생장 과정을 관찰할 수 있어
교육 공간으로도 가치가 높다는 게 강진군 측의 설명이다.
세계모란공원에는 희귀 모란도 있다.
대구의 경주 김씨 고택에 심어져 있던 것을 옮겨 심은 일명 ‘한국 모란왕’이 대표적이다.
폭과 키가 2m에 달하는 데다 수령이 350년인 귀한 모란이다.
부산의 한 시민도 모란 2그루를 세계모란공원에 기증했다.
작고한 아버지가 순천 친정집에서 키우던 각 150년, 80년 된 모란이다.
기증자는 친정집 마당의 모란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강진 여행 중 방문한 영랑생가에 매력을 느껴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세계모란공원에서는 모란뿐 아니라 야간 경관도 볼 만하다.
영랑생가 옆 시문학파기념관을 지나 세계모란공원으로 향하는 입구 쪽
대나무숲을 은은한 조명이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