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매월당 김시습 시 모음

甘冥堂 2024. 2. 20. 16:17

도중途中 / 김시습 (金時習)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
(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詠妓三首

綠羅新剪製春衫 理線掂針玉手織
(녹라신전제춘삼 리선점침옥수직)
自敍一生人命薄 隔沙窓語細喃喃
(자서일생인명박 격사창어세남남)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할제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誰家園裏曉鶯啼 撩亂春心意轉迷
(수가원이효앵제 료란춘심의전미)
自愧妾身輕似葉 食須東里宿須西
(자괴첩신경사엽 식수동리숙수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麕茅束者何斯 一見飄風姓不知
(사균모속자하사 일견표풍성부지)
狂且狡童如鬼꞉ 去時批額奪笄兒
(광차교동여귀역 거시비액탈계아)

꿈결인 듯 얼핏 만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교활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感懷/ 김시습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 (厭+ 食포식할 염)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 (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사청사우 乍晴乍雨  / 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취하려한들 평생 얻을 수 없다는 것을.

 


落葉낙엽

落葉不可掃 (낙엽불가소) 떨어지는 잎은 쓰는 것이 아니라오

偏宜淸夜聞 (편의청야문) 맑은 밤 그 소리 듣기 좋나니.

風來聲慽慽 (풍래성척척) 바람이 불면 그 소리 우수수하고

月上影紛紛 (월상영분분) 달이 오르면 그림자 분분하지요.




晩意만의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目羞목수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食粥식죽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咻咻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煮茶 1자다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裊裊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挈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긷는다



煮茶 2자다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野鳥 야조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卽事 즉사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葚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埭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晝意 주의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嬰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曉意 효의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聒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薄暮 1박모

怕風棲鵲閙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薄暮2(박모2)-金時習(김시습)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訪隱者 1방은자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者 2방은자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我生 아생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蓮經讚 연경찬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古風十九首 고풍십구수

始皇倂六國(시황병육국)
: 진시황 여섯 나라를 삼키니
時號爲强秦(시호위강진)
: 그 때 사람들이 强秦이라 하였네
焚蕩先王書(분탕선왕서)
: 선왕들의 책을 불살라 버리니
四海皆鼎新(사해개정신)
: 온 세상이 다 새로와 졌었지
自稱始皇帝(자칭시황제)
: 스스로 시황제라 칭하니
率土皆稱臣(솔토개칭신)
: 천하 백성이 신하가 되었네
防胡築長城(방호축장성)
: 오랑캐를 막고자 만리장성을 쌓고
望海勞東巡(망해노동순)
: 바다 보려 수고로이 동쪽 땅 돌기도 했어라
驪山宮闕壯(려산궁궐장)
: 여산 궁궐은 장대하고
複道橫高旻(복도횡고민)
: 낭하가 높은 하늘 가로질렀지만
楚人一炬後(초인일거후)
: 초나라 사람 한 번 올린 횃불에
空餘原上塵(공여원상진)
: 언덕 위에 티끌만 남아 있다오.



登樓 등루

向晩山光好(향만산광호)
: 해질녘 산색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등림고역루)
: 오래된 역의 누대에 오른다.
馬嘶人去遠(마시인거원)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파정도성유)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불천유공흥)
: 유공의 흥취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감소왕찬우)
: 완찬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명조도관외)
: 내일 아침이면 관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운제중봉조)
: 저 멀리 구름 끝에 산봉우리들 빽빽하다.



古柳 고류

古柳蟬聲急(고류선성급)
: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
他鄕此日情(타향차일정)
: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
長天列峀碧(장천열수벽)
: 먼 하늘에 벌리어 있는 산은 푸르고
疎雨半江明(소우반강명)
: 성긴 비에 강은 반쯤은 밝구나.
晝永移書榻(주영이서탑)
: 낮이 길어 책상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천청세주앵)
: 샘물이 맑아 술병을 씻어본다.
爾來來訪少(이래내방소)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뇌락전무영)
: 뇌락하여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登昭陽亭 등소양정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수변한불휴)
: 시름에 겨워 한이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 산은 많아서 북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 강은 스스로 서쪽을 향해 흐른다.
雁下沙汀遠(안하사정원)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 언제나 세상 그물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 흥에 겨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地僻 지벽

地僻無人事(지벽무인사)
: 땅이 궁벽하여 사람 일은 없고
春情惻惻寒(춘정측측한)
: 봄의 정은 가엾게 차갑기만 하다.
風搖千尺樹(풍요천척수)
: 바람은 천 척 높은 나무를 흔들고
雲過萬重山(운과만중산)
: 구름은 만 겹 싸인 산을 지난다.
歲月常沉疾(세월상침질)
: 세월은 늘 침울하고 빠른데
年華少展顔(년화소전안)
: 세월은 언제나 얼굴 펴는 일이 적구나
誰知潘岳鬢(수지반악빈)
: 누가 알리오, 반악의 흰 귀밑머리
愁至最先斑(수지최선반)
: 근심이 오면 가장 먼저 얼룩지는 줄을



閑寂 한적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蹤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俯仰 부앙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渤海 발해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鐺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서민 敍悶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장지 壯志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운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주경 晝景

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무제 1無題

石泉凍合竹扉關(석천동합죽비관)
: 바위샘물 얼어붙고 합죽선 닫아걸고
剩得深閑事事閑(잉득심한사사한)
: 마음의 한가함 얻으니 일마다 한가롭다
簷影入窓初出定(첨영입창초출정)
: 처마 그림자 창에 들자 비로소 선정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시문제설낙송한)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무제 2無題

不湏偸得未央丸(불회투득미앙환)
(湏땅 이름 매, 낯 씻을 회. 흐물흐물할 회, 모름지기 수, 수염 수. 沬의 古字.)
: 구태어 미앙환을 탐낼 필요 없느니
境靜偏知我自閑(경정편지아자한)
: 경계가 고요하여 내가 편안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명복죽통연야간)
: 하인에게 대통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일조비옥세산호)
: 한 줄기 나는 옥같은 물방울이 산호처럼 고아라



무제 3無題

十錢新買小魚船(십전신매소어선)
: 십전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요도귀래수죽변)
: 노 저어 수죽가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점득강호풍우몽)
: 강호의 바람과 풍우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개중청흥여수전)
: 그 속에 맑은 흥취 누구에게 전해줄까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관소 灌蔬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해월 海月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翳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희청 喜晴

昨夜屢陰晴(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颷䬍(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설복노화 雪覆蘆花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몽중작 夢中作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정야 靜夜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杠(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월색月色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欹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월야독보정중 月夜獨步庭中

滿身風露正凄凄(만신풍로정처처)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夜半鐘殘斗已西(야반종잔두이서)
: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松鶴有機和月唳(송학유기화월려)
: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草蟲牽恨向人啼(초충견한향인제)
: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半窓孤枕燈花落(반창고침등화락)
: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幽樹一庭簾影低(유수일정렴영저)
: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侍者正眠呼不起(시자정면호불기)
: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好詩吟了便旋題(호시음료편선제)
: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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