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돼지

甘冥堂 2024. 3. 10. 17:18

옛날에 서로 아주 사랑하는 말 한 쌍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암말이 먼저 죽어 버렸다.
수말이 슬픔에 잠겨 탄식했다.
“휴~ 할 말이 없네.”

그 말 부부 옆집에 금실 좋은 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암캐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수캐가 슬픔에 겨워 이렇게 탄식했다.
“휴~ 할 게(개) 없네.”

또 그 옆집에는 금실 좋은 돼지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암퇘지가 먼저 하늘로 올라갔다.
그렇다면 수퇘지는 뭐라고 말했을까?
"웃으면 돼지"ㅋ


꿈 중에는 돼지 꿈이 최고이다.
재물이 들어오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왜 돼지 꿈은 돈하고 연결 되는가?

서양에서는 돼지를 아주 불길한 동물로 본다. 탐욕의 화신이다.
돼지는 타락과 망조의 길로 인도하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하느님의 길 과는 전혀 반대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서양 기독교권에서는 돼지를 아주 천시하는 문화가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다르다.

한자의 ‘家’자를 보면 갓머리 밑에 돼지 ‘豕(시)’가 있다.
갓머리가 가리키는 것은 지붕이다.
지붕 밑에 돼지가 있는 모습이 家의 어원이다.
고대에는 집집마다 집안에다가 돼지를 키웠던 것이다.

돼지는 뱀의 천적이다.
돼지는 삼겹살이라는 방탄 조끼를 입고 있다.
뱀이 돼지를 물어도 우리가 좋아하는 삼겹살의 방어막을 뚫고 독이 침투할 수 없다.
그래서 돼지는 뱀을 국수 가락 삼키듯이 삼켜 버린다.
돼지에게 뱀은 맛있는 파스타에 해당한다고 설명할수 있다.
돼지에게 뱀은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식품이다.
뱀이 많은 지역에는 돼지를 키우는게 방법이기도 하다.

남녀간에 띠 궁합을 볼 때도 뱀띠와 돼지띠는 상충으로 본다. 피하는 관계이다.
巳(뱀)와 亥(돼지)는 충(冲)이다.

아래층에다가 돼지를 키우면 뱀의 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인간의 똥도 돼지는 먹는다.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도 먹어 치워 버린다.
이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한 동물이란 말인가!
그래서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다.
돼지는 키워 놓으면 여러 사람이 먹을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이다.
동네 잔치를 할 수 있다.
돼지는 동네 사람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풍요로운 식사 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돼지는 풍요로움을 주는 동물로 조상님 들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봉시장사 [封豕長蛇]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큰 돼지나 긴 구렁이"라는 뜻으로, 먹기를 탐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한 사심불구 [蛇心佛口] 라는 말도 있다.
뱀의 마음에 부처의 입이라는 뜻으로, 속으로는 간악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착한 말을 하는 행동이나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반복된 습관이 뇌리 속에 깊이 박히면 어떻게 되는가. 이것도 유전된다.
돼지를 아래 층에 키워서 잡아 먹었던 조상들의 유전자 속에는
‘돼지는 풍요롭다. 먹을 것을 준다. 배 고픔에서 벗어나 포만감을 준다’는 정보로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요즈음 돼지같은 넘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훗날
초상 [初喪] 을 치를지?
잔치를 치를지..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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