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젖은 낙엽

甘冥堂 2024. 4. 24. 18:53


지금 세상은 노인들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부담만 주는 귀찮은 존재로 취급받는 것 같아 서글프다.

일본의 주부들은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집안에 죽치고 들어앉은 늙은 남편을,
‘오치누레바'(濡れた落ち葉)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젖은 낙엽’ 이라는 뜻이다.

 

마른 낙엽은 산들 바람에도 잘 날아가지만,
젖은 낙엽은 한번 눌러붙으면
빗자루로 쓸어도 땅바닥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오치누레바’ 라는 뜻은
집안에서 정년퇴직 후의 늙은 남편을
부인이 밖으로 쓸어내고 싶어도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부담스런 존재라는 뜻으로
당사자인 우리 노인들에게는 심히 모욕적인 표현이다.

노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젖은 낙엽’ 신세의 노인들은 앞으로도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노인들도
계속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독일이 낳은 위대한 문호 괴테는
74세 때 17세 소녀인 울리께와
 뜨거운 사랑을 나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일본의 100세 시인 할머니 ‘시바다 도요’ 는 92세 때
아들의 권유로 시(詩) 쓰기를 시작해서
99세에 기념비적인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발간해,
150만 부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살아 있어 좋았어, 살아 있기만 해도 좋은 것이니
약해지지 마’라는 내용의
시바다 도요의 詩는, 노인들의 삶에 큰 용기를 주고 있다.

노인들이여,
늙었다고 절대 기죽지 말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자.

꿈까지 잃게 되면 '젖은 낙엽’ 신세로 전락해 외롭고 긴 인생 여정의
막다른 길로 내몰리게 된다.

인생의 빛은 아침보다
황혼이 더 찬란한 법이다.

우리 '젖은 낙엽'은 되지 맙시다.

 

???

(濡れた落ち葉) 원어를 그대로 읽으면 '누레타 오치바' 일 터인데,

왜 '오치누레바'라고 읽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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