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狄仁傑(적인걸)

甘冥堂 2024. 5. 27. 07:30


약롱중물(藥籠中物) – 약상자 속의 약, 꼭 필요한 물건이나 인물

잘 되라고 충고해주는 말을 귀담아 듣기는 어렵다.

이렇게 말하면 바로 떠오르는 좋은 명구가 있다.
바로 良藥苦口 忠言逆耳(양약고구 충언역이)다.
몸에 이로운 약은 대체로 쓴 것이 많아 삼키기 어렵고,

옳은 행동을 하라고 이끄는 말은 귀에 거슬린다.

중국 唐(당)나라 太宗(태종)에 지겹도록 충언으로 간하여 貞觀之治(정관지치)로 이끈
魏徵(위징)의 兼聽則明(겸청즉명)도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현명해진다는 말이다.

구급낭에는 꼭 필요한 약만 있듯이
약 바구니(藥籠) 속에 들어있는 물건(中物)이라면 필수 약품이다.
항상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으니 더욱 소중하다.

여기에서 자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거나 가까이 사귀어 자기편으로 만든 사람,

즉 심복을 가리키게 됐다.
살살 녹을 듯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귀에 거슬리게 바른 말을 하는 위징 같은 사람이다.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황제, 당나라 則天武后(측천무후)를 직간으로 보필한

狄仁傑(적인걸, 630∼700)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舊唐書(구당서)’ 적인걸전에 실려 있다.

측천무후는 2대 태종의 궁녀로 들어와 3대 高宗(고종)의 황후로,
아들인 中宗(중종), 睿宗(예종)을 폐하고 67세 때인 690년 제위에 오른 여걸이었다.

당연히 황후를 축출하고 왕을 폐하면서 많은 명신을 죽이거나 귀양 보내는 등 독재 권력을 휘둘렀다.
포악한 정치를 했지만 그래도 국정을 안정시켰다는 평을 받는 것은 적인걸 같은 총명한 신하 덕이었다.
그는 많은 인재를 조정에 천거했고 무후가 실정을 행할 때마다 충간으로 바로잡았다.

새로운 인물로 발탁된 인물 중에 元行沖(원행충)이란 사람이 하루는 적인걸을 찾았다.
상공 댁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과식하지 않도록 자기 같은 쓴 약도 두어달라고 말했다.

적인걸이 대답했다.

‘그대는 바로 약통 속에 있는 약과 같다네.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될 인재지.
(君正吾藥籠中物 不可一日無也/ 군정오약롱중물 불가일일무야).’
바른 말을 하는 측근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척척 맞았다.

친구거나 직장 상사거나 따끔하게 충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
속이 뒤틀리지만 아무에게나 이러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알아야 한다.
사사건건 반대하는 의견이라도 받아들일 것이 있어야 개인이나 조직이 발전하는 법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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