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일편단심 민들레야

甘冥堂 2024. 5. 28. 09:01


'일편단심 민들레 이야기'
민들레는 밟혀도 밟혀도 끈질긴 자생력으로 찬란한 꽃을 피우는 야생화이다.
​민들레의 근성(根性)은 일편단심(一片丹心)이다.
이 꽃은 큰 뿌리 하나를 곧게 땅속 깊게 내리고 옆으로 실뿌리가 뻗어 있으나 가늘고 빈약하다.
​그러나 큰 뿌리 하나가 땅속 깊게 뿌리를 내림으로써
바람에 흔들려도 쉽게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조용필은 1981년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노래의 작사자가 ‘이주현’이라는 여성이다.

​당시(1981년) 72세의 이 여사는 납북된 남편을 그리워하며 쓴 자전적인 이야기를 신문에 투고(投稿)했는데
이를 본 조용필이 가사로 만들 것을 제안하여 노래로 탄생한 것이다.

​그녀의 사연은 이랬다.
50년 전 그녀는 동아일보 국장이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이 한국전쟁 때 납북되는 바람에 홀로 3남매를 키우며 살았다.
​노점 좌판 등을 하며 어렵사리 살아온 그녀는 평생 모은 돈을
남편이 다닌 동아일보에 기부해서 남편 이름을 붙인 <수남 장학금> 을만들었다.

​1981년 4월 28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햇빛 본 할머니의 꿈'은  
이주현 여사의 일편단심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수남(水南)! 이렇게 불러볼 날도 이제 오래지 않겠지요.
​어언 접어든 나이가 고희 (古稀)를 넘겼으니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되리까.
​당신을 잃은 지도 30년 성상,
밟혀도 밟혀도 고개를 쳐드는 민들레같이 살아온 세월,
몇 번씩이나 지치고 힘에 부쳐 쓰러질 듯하면서도 그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며 이겨왔어요!.”

​이 여사는 노구(老軀)를 무릅쓰고 1년에 걸쳐 집필한 원고 1천여 장 분량의

'일편단심 민들레야'의 첫머리에
생사를 알 길 없는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아무리 끈질긴 생명력의 민들레라 해도
일편단심 붉은 정열이 내게 없었다면 어린 자식들을 못 키웠을 것이고,
지아비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정(情)이 없었다면
붓대를 들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자전(自傳)의 내용을 다듬어서 쓴 노랫말 가사는 이렇다.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처음 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
그 여름 어인 광풍
그 여름 어인 광풍
낙엽 지듯 가시었나.
행복했던 장미 인생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긴 세월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는
떠나지 않으리라.』

​노래 중 ‘그 여름의 광풍 (狂風)'은 1950년 6월 25일에 터진 청천벽력 같은 전쟁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 ‘낙엽 지듯 가시었나'는
그해 가을 납북된 남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하늘만 바라보는 것'은 천국에 간 남편을 바라보며 그리워함이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는 남편이 떠나면서
"걱정하지 마, 잘 다녀올게!"라고 말했던 그 목소리였다.

​남편 납북(拉北) 시에 41세 여인은 그 험한 세상을 이겨냈다.


조용필의
일편단심 민들레야.
즐겨 부르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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