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讀書亡羊

甘冥堂 2024. 7. 26. 06:41


독서망양(讀書亡羊) - 글을 읽느라 먹이던 양을 잃다.

양을 잃는다는 亡羊(망양)이 들어간 성어는 제법 된다.
양을 잃고 난 뒤 우리를 고친다는 亡羊補牢(망양보뢰),
갈림길이 많아 갈 바를 모르는 多岐亡羊(다기망양) 또는 亡羊之歎(망양지탄),
작은 것을 잃고 큰 것을 얻는 亡羊得牛(망양득우) 등이다.

책을 읽느라(讀書) 먹이던 양을 잃는다(亡羊)는 이 말은 보기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독서에 빠져 양을 잃었다며 그만큼 학문에 열중한다고 재산은 사소한 것이라 여길 수 있고,
엉뚱한 일에 정신이 팔려 본업인 양 먹이기를 팽개쳤다고 비난할 수 있다.
이 성어가 처음 나오는 ‘莊子(장자)’에는 구분이 어떨까.

老子(노자)와 더불어 道家(도가)의 양대 산맥인 莊周(장주)는
종횡무진 비유법으로 사물을 꼬집는다.

장자는 학문을 중시하고 仁義(인의)를 중시하는 儒家(유가)에 대해 반자연적이라며 비판한다.
外篇(외편)의 騈拇(변무, 騈은 쌍말 변, 拇는 엄지손가락 무)편에 실린 내용은 의미가 더 깊다.

옛날 어느 곳에 젊은 사내 종 臧(장)과 어린 종 穀(곡)이 양을 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둘은 같은 날 동시에 양을 잃었다.
장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더니 책을 끼고 다니며 읽다가 양을 잃었다고 했다.
곡은 장기를 두며 놀다가 잃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한 일은 달랐지만 양을 잃은 사실은 같다
(二人者事業不同 其於亡羊均也/ 이인자사업부동 기어망양균야).’

양을 잃은 것은 같은데 도박을 한 사람보다 독서를 한 사람이라고 더 훌륭하다 할 수는 없다.

이어 비유를 더 든다.
충신 伯夷(백이)는 명예를 위해 首陽山(수양산)에서 죽었고,
흉악한 도적 盜跖(도척)은 이익을 취하다 東陵山(동릉산)에서 죽었다.
이들도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한 점에서는 같다.
즉 목적에 따라 군자니 소인이니 하는 것은 세속적인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했든 결과가 같으면 본질은 같다는 이야기지만
장자에서 예를 든 독서만 떼어내면 의미가 달라진다.

책을 읽어도 실질적인 것이 생기는 것은 아닌데

다른 일에 팔려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어떤 일을 하는데 도중에서 다른 길로 빠져 비록 유익한 일을 했더라도
실제 목표를 달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한눈팔지 말고 꾸준히 가는 것이 좋다.


제공 :안병화(前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0) 2024.07.27
感謝하는 생활  (0) 2024.07.26
座右銘  (0) 2024.07.26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  (1) 2024.07.25
參禪 觀照  (1) 202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