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徙木之信

甘冥堂 2024. 9. 1. 20:15

사목지신(徙木之信) - 나무를 옮기는 믿음, 약속을 지켜 믿음을 주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한다.
믿음은 강제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계량할 수도 없지만
스스로 우러나오는 대인관계에서의 신뢰가 있어야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孔子(공자)는 사람이나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도 신뢰가 없으면 근본이 설 수 없다고 無信不立(무신불립)이라 했다.
이 신뢰를 백성들에게 시험한 유명한 성어가 있다.

천금으로 천리마를 구했는데 죽은 말의 뼈를 구해왔는데도 상을 내린 買死馬骨(매사마골)과 함께
나무를 옮겼다(徙木)고 상을 준다는 믿지 못할 공고에 믿음(之信)을 지킨 이 성어다.

移木之信(이목지신)과 같은 말로
이 성어의 주인공은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秦(진)나라의 재상이었던 商鞅(상앙)이다.

그는 원래 衛(위)나라 사람이었는데 일찍 형명학을 공부하여 법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한 위왕에 등용되지 못하다
마침 널리 인재를 구하던 진나라 孝公(효공)에 의해 발탁됐다.
상앙은 날개를 단 듯이 강력한 법치에 의한 부국강병책인 變法(변법)을 단행했다.

호적제와 연좌제, 토지 개혁과 세금제도 완비 등 하나같이 백성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었다.
상앙은 법이 정비되고서도 시행을 미뤘다. 백성들이 믿고 따라야 효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묘안을 냈다.

높이가 3丈(장, 약9m)되는 긴 장대를 남문 앞에 세우고 이를 북문으로 옮기면 10금의 상금을 준다고 알렸다.
별 희한한 일이 있다며 아무도 믿지 않자 이번엔 상금을 50금으로 올려 공시했다.
한 사람이 나무를 옮기자 약속대로 즉시 50금을 주었다
(有一人徙之 輒予五十金/ 유일인사지 첩여오십금).
‘史記(사기)’ 商君(상군)열전에 실린 내용이다.

상앙의 사소한 약속에도 칼같이 이를 지키는 것을 보고 모든 백성이 나라의 정책을 믿게 됐다.
바로 그가 戰國七雄(전국칠웅) 중 육국을 멸하고 진나라를 통일의 주역으로 만든 주역이었다.

이는 오늘에도 그대로 통한다.
멋진 규칙이나 법을 제정하고서도 윗자리의 지도층에서 지키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믿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명심할 일이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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