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漁家傲 / 范仲淹

甘冥堂 2024. 10. 2. 20:24


塞下秋來風景異 새하추래풍경이
衡陽雁去無留意 형양안거무류의
四面邊聲連角起 사면변성연각기
千嶂裏 천장리
長烟落日孤城閉 장연낙일고성폐
濁酒一杯家萬里 탁주일배가만리
燕然未勒歸無計 연연미륵귀무계
羌管悠悠霜滿地 강관유유상만지
人不寐 인불매
將軍白髮征夫泪 장군백발정부루



변경에 가을 되니 풍경이 달라지고
형양 가는 기러기 쉬어갈 맘 내지 않네
들리는 건 군호 섞인 변방의 슬픈 소리
산으로 첩첩이 둘러싸인 속에서
해질녘 닫힌 성에 밥 짓는 연기 피어 오르네
텁텁한 술 한 잔에 떠나온 집 그립지만
이룬 공 아직 없어 돌아갈 날 기약 없네
피리소리 아득한데 서리까지 내리니
잠들지 못하는 중에
장군은 머리 세고 병사는 눈물 짓네



▶ 塞下(새하): 변경
▶ 衡陽(형양): 지명. 남악南岳 형산衡山의 남쪽에 있으며 후난성湖南省에 속한다.
‘北雁南飛, 至此歇翅停回(북쪽에 사는 기러기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부터 기러기가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성 남쪽에 회안봉回雁峰이 있고, 형양의 옛이름을 안성雁城이라 부르기도 했다. 유방과 항우의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 邊聲(변성): 변경에서 듣는 여러 가지 소리
▶ 千嶂(천장): 끝없이 늘어선 산봉우리들
▶ 孤城閉(고성폐): 변경에 있는 외로운 성의 성문이 언제가 닫혀있는 것을 가리킨다. 당시 송나라 군대의 세력이 약해서 그러했을 것이다.

▶ 家萬里(가만리): 떠나온 집이 만 리 밖에 있는 것을 가리킨다.
▶ 燕然未勒(연연미륵): 군공軍功을 이루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燕然’은 연연산, 즉 항애산杭愛山을 가리키고, ‘勒’은 ‘刻’과 같다.
《후한서後漢書·두헌전竇憲傳》에서 ‘竇憲窮追北單于, 登燕然山, 刻石記功而還(두헌이 선우를 북쪽 끝까지 추격하여 연연산에 올라 돌에 공을 새기고 돌아왔다)’이라고 하였다.

▶ 羌管(강관): 강적羌笛, 즉 북방민족의 악기
▶ 征夫(정부): 변경을 지키는 병사



어가오漁家傲는 사패詞牌의 이름이다.
당조唐朝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북송北宋 때 유행했다.

오대五代 때 부르던 사詞에 북송의 안수晏殊와 구양수歐陽脩 등이
가사를 채워 쓴 것이 특히 많았다.

《사보詞譜》에서 ‘이 곡은 안수晏殊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가사 안에 ‘神仙一曲漁家傲’라고 한 구절에서 이름을 취했다’라고 하였다.

쌍조육십이자雙調六十二字에 측운仄韻을 쓴다.


◈ 범중엄范仲淹 [989~1052]

자는 희문希文,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북송의 정치가, 문학가, 군사가로 소주蘇州 오현吳縣(지금의 쟝쑤성江蘇省 소주蘇州) 사람이다.
서주徐州에서 태어났지만 다음해(990)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모친 사씨謝氏가 산동의 치주淄州 장산현長山縣에 사는 주씨朱氏에게 개가한 뒤
주열朱說로 성과 이름을 바꾼 적도 있었다.

범중엄은 후에 장백산長白山 예천사醴泉寺에서 독서를 하면서 하루에 죽 한 대접을 끓여 식힌 뒤에 네 조각으로 나누고
아침과 저녁에 각각 두 덩어리씩만 먹었다.

범중엄은 자기 형편을 알고 나서 모친과 작별한 뒤 남경南京으로 가서 독서를 계속하여
진종眞宗 대중상부大中祥符 8년(1015) 진사에 급제하였다.
1038년 서하西夏에서 이원호李元昊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한기韓琦와 공동으로 섬서경략안무초토부사陝西經略安撫招討副使가 되어
‘둔전구수屯田久守’ 방침을 채택하고 경략사經略使 하송夏竦을 도와 반란을 평정하였다.
경력慶曆 3년(1043) 부필富弼, 한기韓琦 등과 정치개혁에 참여하여
‘明黜陟, 均田賦, 修武備, 減徭役(등용과 퇴출을 밝게 하고 조세를 균등하게 하며 군역을 바꾸고 요역을 감하는 것)’ 등에 관한 개혁을 건의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답수조조진십사答手詔條陳十事》로 당시 소위
「경력지치慶曆之治」를 추동하며 송대 관료의 모범을 형성했다.
나중에 하송夏竦의 반대에 부딪쳐 지방관으로 내쫓긴 뒤 등주鄧州, 항주杭州, 청주青州 등을 전전하다가
황우皇祐 4년(1052) 서주徐州에서 병을 얻어 세상을 떴다.

그는 문학적인 소양 또한 높아 「악양루기岳陽樓記」와 함께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같은 천고에 이름 높은 구절을 남겼고,
「어가오漁家傲」, 「소막차蘇幕遮」 등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을 남겼다.

구양수歐陽脩는 범중엄의 「어가오漁家傲」를 ‘궁새외지사窮塞外之詞(변경을 노래한 것의 궁극)’라고 높이 평가했다. 작품집으로 《범문정공집范文正公集》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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