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樂堂記 / 權近
春朝看花。花可樂也。而花不與吾同樂。 봄날의 아침 꽃이야 즐길 만한 것이지만
꽃이 나와 함께 즐겨 주지 아니하더라,
秋宵看月。月可樂也。而月不與吾同樂。가을 밤의 달쯤이야 즐길 만한 것이지만
달이 나와 함께 즐겨 주지 아니하더라,
雲峯之奇。松雪之秀。可樂翫也。구름 떠 있는 잘생긴 산봉우리와 눈 덮힌 소나무의 빼어난 자태는 봐 줄 만한 것이며,
珍禽之音。好雨之聲。可樂聞也ᆢ 새 소리와 빗소리도 즐길만한 것이지만 나와 함께 즐겨 주지 아니하더라,
凡物之接耳目而樂吾心者。雖不可窮。 무릇 모든 사물들이 나의 귀와 눈에 다가오며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이 이것 뿐이겠느냐마는,
而無一物能同吾所樂。則得不謂之獨樂乎。그 중에 한 가지도 나와 같이 즐겨 주는 것이 없으니 독락이라 하겠네
내가 진정 獨樂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書可獨觀而不必講論也。좋은 글 또한 슬렁슬렁 읽으며 즐길 뿐, 소리내어 읽을 필요가 없고,
詩可獨吟而不必唱酬也。詩도 혼자서만 읊조리며 즐길 뿐 答詩를 기다리지 않으며,
酒可獨斟。而不必有賓客也。술잔에 술을 마셔도 잔 권하며 올려줄 손님도 필요 없고,
晏而起。倦而睡。혼자 마시다 누웠다가도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되고, 피곤하면 앉아서 졸면 되고,
或涉于園。或偃于床。집 앞 동산을 거닐기도 하면서 때로는 평상에 눕기도 한다네.
唯意所適。與影而偕。此吾閑居而獨樂者也。오직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다 보면
내 그림자만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을 뿐임을 알게 된다네,
이렇게 저렇게 獨樂한다고 생각하며 한가로이 살아간다네. ᆢ
조선조(朝鮮朝) 초의 학자 권근(權近)의 '독락당기'(獨樂堂記)를 보면
홀로의 즐거움이 일목요연(一目瞭然)하다.
'봄꽃과 가을달을 보면 즐길만한 것이지만 꽃과 달이 나와 함께 즐겨주지 않네.
눈 덮힌 소나무와 반가운 빗소리도 나와 함께 즐기지 못하니
독락(獨樂)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글과 시도 혼자 보는 것이며 술도 혼자 마시는 것이어서 독락(獨樂)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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