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가을이 가는구나

甘冥堂 2024. 10. 24. 10:58

가을이 가는구나 - 김용택


이렇게 가을이 가는구나
아름다운 시 한편도
강가에 나가 기다릴 사랑도 없이
가랑잎에 가을빛같이
정말 가을이 가는구나


조금 더
가면
눈이 오리
먼 산에 기댄
그대 마음에
눈은 오리
산은
그려지리​



​이제 가을이 물러나면서
겨울이 서서히 들어서는 것 같네요.
온 산하를 아름답게 물들였던 단풍들이 거의 떨어져 버려
나무들마다 빈 가지를 드러내며
겨울의 침묵 속으로 빠져 드는 것 같으니 말이죠.

만약 나무가 가을의 이름답던 자신의 모습에 미련이 남아
자기 자신을 이처럼 변신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겨울에 눈꽃을 아름답게 피울 수 있겠으며,
어떻게 봄에 귀여운 새싹을 튀울 수 있겠나요.

이렇게 자연의 순리에 잘 적응해 가는 나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나무를 통해 비움의 진리를 터득하라는 자연의 가르침이
숨어있는건 아닌지요.


그러니 가을이 훌쩍 떠나버린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겨울이 다가오면 가을의 흔적이 사라져버린 마음의 빈 여백에
눈 덮힌 아름다운 산하를 그려보며
겨울 속에 깊히 빠져들어가 봄직 하지 않나요.

가을 못지않게 아름다운 이번 겨울을 꿈꾸어 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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