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연 시인의 '따뜻한 봄날'.
장사익 가수가 이 시를 노래로 불렀다.
제목을 '따뜻한 봄날'이 아닌 '꽃구경'으로 했다.
따뜻한 봄날 / 김형연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님은 좋아라고
아들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
아들아 아들아ᆢ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장사익 가수의 노래로만 알았다.
시인에게 미안하고 詩한테 미안하다.
처음엔 화사한 봄날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노래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가슴이 섬뜩했다.
예전, 아주 오래 전의 예전,
전설처럼 있었다는 고려장을 소재로 한 시였다.
하기는 오늘날에도 이런 사정은 없을까.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마음 아픈 세상이다.
우리 제발 피차 마음을 덜 아프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
TV에서 오래전에 방영된 것을 다시 보게 되었다.
현대판 '고려장'이다.
큰며느리가 70세가 넘으신 시부모를
버스터미널에 버리고 가버렸다.
버림받은 노인들은 어느 건물 지하실 계단아래 웅크리고 잠 자며
매일같이 버스터미널에 나가
새벽 첫차부터 마지막 차가 도착할 때까지 자식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기를 한 달 여.
그 과정을 취재한 방송사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아들네 집을 찾아 드렸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큰며느리가
이번에는 온천에 가자며 두 노인네를 태우고 가다가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에 내팽기치고 떠나버렸다.
밤이 깊어 휴게소 문이 닫히자
노인은 이미 체념한 듯 휴게소 뒷산으로 올라가시다가
할아버지가 그만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자살을 꾀하려 했던 것인지 단순 사고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러한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식들만 감싸고돌았다.
큰며느리는 경찰에게 당당하게 항의하고..
그 아들도 자기 아내 편만 든다.
불쌍한 노인네.
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고,
눈물이 흘렀다.
태산보다 큰 부모님 사랑.
이를 알아주는 자식들이
과연 얼마나 되랴.
현대판 고려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저질러지고 있다니...
김형영 시인
출생: 1945년 1월 6일, 전북 부안군
사망: 2021년 2월 15일 (향년 76세)
1967년 문공부 신인 예술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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