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친구

甘冥堂 2025. 4. 14. 05:00

酒食兄弟 千個有 急難之朋 一個無
(주식형제 천개유 급난지붕 일개무)

친구나 벗을 지칭하는 용어는 동·서양이 다르고, 한·중·일 또한 각각 다르다.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찌(友達)를 쓴다.

‘'붕(朋)’'은 봉황이 날 듯 새 떼가 함께 무리 지어 나는 모습이며,
'‘우(友)’'는 서로 손(又)을 잡고 돕는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붕(朋)'’은 동문(同門) 수학한 벗이고,
'‘우(友)'’는 동지(同志)로서의 벗이다.
따라서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함께 하고 뜻을 같이한 벗을 ‘'붕우(朋友)'’라 한다.

예로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그러나 친구라고 다 친구는 아니며, 또한 누구에게나 친구는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라고 했다.
인디언들도 친구를 가리켜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 했다.
역시 친구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진짜다.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 (질풍지경초, 疾風知勁草)''라는 글귀처럼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인간 세상이란 염량세태(炎凉世態)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동양에는 가난할 때의 참다운 친구라는 뜻의 ‘'빈천지교(貧賤之交)’'란 말이 있다.
지금 같은 난세에는 특히나 마음을 툭 터놓고 지낼 친구가 그립다.

이게 《명심보감》 <교우편(交友篇)>에서 말하는 ''급난지붕(急難之朋)'' 이다.


''酒食兄弟千個有 주식형제천개유
急難之朋一個無 급난지붕일개무
"술 먹고 밥 먹을 땐 형, 동생 하는 친구가 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라는 뜻이다.

현재 나의 친구들이 酒食兄弟인지 急難之朋인지,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반드시 떠오르는 인물이 추사 김정희(金正喜)다.
한때 잘 나가던 추사가 멀고도 먼 제주도로 귀양을 가보니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누구 한 사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소식을 전한 이가 있었는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이상적(李尙迪)이라는 선비다.
그는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해 그 먼 제주도까지 부쳤다.
극도의 외로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추사는 절절한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세한도라는 이름은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歲寒然後 知松栢之後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라는 논어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한편, 친구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는 예로부터 ''오무(無)''를 들고 있다.
무정(無情),무례(無禮),무식(無識),무도(無道), 무능(無能)한 인간을 말한다.
그러나 자신부터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아닌가를 살펴야 함이 도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참된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
이와 관련해서 논어의 <계씨편(季氏篇)>에는 공자가 제시한 세 가지 기준이 나온다.

유익한 세 친구(익자삼우,益者三友)는
정직한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이다.

반면 해로운 세 친구(손자삼우, 損者三友)는
아첨하는 사람,
줏대 없는 사람,
겉으로만 친한 척하고 성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설파하였다.


흔히 친구는 쉽게 네 가지 종류로 나눈다.

첫째, 화우(花友): 자기가 좋을 때만 찾는 꽃과 같은 친구
둘째, 추우(錘友): 이익에 따라 저울과 같이 움직이는 친구
셋째, 산우(山友): 안식처와 다름없는 산과 같이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
넷째, 지우(地友): 언제나 한결같은 땅과 같은 친구


참고로 제갈공명은 "장수(將帥)는 심복(心腹), 정보(情報), 조아(爪牙)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조아(爪牙)''란 독수리의 발톱(爪)과 호랑이의 이빨(牙)을 의미한다.

리더에게 있어 조아(爪牙)는 힘들고 어려울 때 진정한 충고를 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친구 또는
적으로부터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바쳐 구해줄 수 있는 신하를 말한다.

요컨대, 자기를 보호해 주는 강력한 인적 무기로서 공자는 이를 가리켜 ''쟁우(諍友)''라고 했다.
쟁우는 중국의 고대 처세서인 지전(智典)에 등장하는 말인데,
잘못을 솔직히 말해주고 고치게끔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를 가리킨다.

진정한 벗은 수보다 그 깊이가 중요하다.
따라서 내 목을 내주어도 좋을 ''문경지교(刎經之交)'' 수준의 벗은 아닐지라도
쟁우(諍友), 산우(山友), 지우(地友) 정도의 친구가 최소한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생에 필요한 11명의 친구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형제보다 더 든든한 선배 하나
>무엇을 하자 해도 믿고 따라오며 날 챙겨주는 후배 하나
>약되는 쓴소리로 냉철하고 정확하게 충고하는 친구 하나

>나의 외모와 젊음을 자극하는 유행을 알고 톡톡 튀는 친구 하나
>어떤 일과 상황에서도 무조건 내편인 친구 하나
>여행할 핑계를 만들어주는 먼 곳에 사는 친구 하나

>언제라도 불러내면 항상 나오는 친구 하나
>가끔 힘들 때 도피처를 제공할 수 있는 싱글 친구 하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부담 없이 돈 빌려주는 부자 친구 하나

>멋진 추억을 함께 한 귀금속 같은 친구 하나
>연애 감정이 절대 생기지 않는 동성보다 편한 이성 친구 하나.


내겐 이런 친구, 이와 비스므리할 것 같은 친구 하나 없으니
모두가 꿈같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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