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귀농

어떤 협상

甘冥堂 2025. 5. 27. 21:12

갑: "만나서 얘기합시다."

아스팔트 넓은 길 바로 위 둔덕에 밭이 있다.
불행하게도 맹지다.
길에서 2~3m 남의 땅을 밟아야 한다.
그러나 옆 밭주인이 자기 땅 밟는다고 구청에  신고를 하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내 밭은 키를 넘는 잡초더미가 되어 버렸다.

을: "트랙터로 2~3시간이면 깨끗이 정리할 수 있는데,  

      자네 땅 좀 거쳐서 올라가면 안 되겠냐? 이번 한 번만 봐주라."
갑: "안 돼요. 그냥 걸어 올라가는 건 모르지만 기계가 올라가는 건 절대 안 돼요."
을: "왜 그러는데... 너는 내 땅 안 밟고 다니냐?"
갑: "그 땅과 내 땅은 다르잖아요."

을: "그럼 어떡하면 되겠냐?"
갑: "그 땅을 내게 파시던가, 내 땅을 형님이 사세요. 그럼 간단하잖아요."
을: "야, 내가 돈이 어디 있어 네 땅을 사냐?"
갑: "그럼 형님 땅을 제게 파세요."
을: "그래? 그럼 얼마 줄래?"

가격이 맞을 리 없다.
내게 남은 땅이라곤 그것뿐인데 그걸 그냥 헐값에 넘길 수는 없다.

을: "그거 잠깐 트랙터가 2~3m 올라가 갈면 되는데. 땅을 팔라니 그게 말이 되냐?.
      됐다. 그만두자."

협상은 깨졌다.
다시는 그 친구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묵혀 잡초더미가 돼도 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니 그냥 묵혀버리자.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한동네에 몇십 년을 같이 살면서도
인심이 이렇게까지 야박하게 변한 것이다.

아서라.
그냥 없는 듯 살아라.
훗날 나 죽고 그 친구 죽으면 풀릴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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