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4년 오늘 날짜 일기에 錯錯錯 (착착착) 難難難 (난난난) 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즈음에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일기에 '시 한편 쓰다가 늦잠까지 자고 말았네'라는 글이 있는 걸 보면
뭔가 글을 쓰다가 잘 풀리지 않아 어려워했던 것 같다.
錯錯錯 難難難
중국 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가 항저우 밑에 있는 소흥이다.
2017년 11월 이곳 심원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여행 중 가장 뜻깊은 곳이다.
심원(沈園은) 이름 그대로 심씨 집안의 정원으로 남송 시대에 건립되었다.
그런데 이곳이 유명세를 얻은 건 육유와 당완의 애틋한 사연 때문이다.
육방옹(육유)은 스무살 때인 1144년 예쁘고 지혜로운 사촌 여동생 당완과 결혼한다.
그러나 당완은 혹독한 시집살이를 해야 했고
아이까지 생기지 않아 결국 둘은 헤어지고 만다.
3년 후 육유는 왕씨 성의 여자와 재혼하고
당완도 조 씨 황실의 후손인 조사정이란 사람과 결혼한다.
그러다 1155년 육유는 소흥의 우적사 남쪽에 있는 심원沈園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당완을 만난다.
당완은 전 남편이자 사촌 오라버니인 육유를 남편에게 소개하고
술을 가져오게 해 세 사람은 술을 마신다.
당완은 눈에 고인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 모습을 보는 육유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러자 조사정은 조용히 자리를 피해 준다.
자신을 원망하라는 육유의 말에 당완은
“원망이라니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고 마음이 함께 갈 것입니다.”라고 답했단다.
조사정이 돌아오고 짧은 만남은 끝난다.
육유는 짧은 만남을 기억해 심원의 바람벽에
「채두봉」이라는 제목의 사詞를 쓴다.
<釵頭鳳(차두봉)> / 陸游
紅酥手黃藤酒 (홍수수황등주) 불그레 고운 손 나에게 황등주를 부어 주었지
滿城春色宮牆柳 (만성춘색궁장류) 성안에는 봄빛 가득하고, 담장엔 버드나무,
東風惡歡情薄 (동풍악환정박) 동풍이 심술궂어 즐거운 정 엷어졌네
一懷愁緒幾年離索 (일회수서기년리색) 가슴에 수심 품고 몇 년이나 찾아 헤맸던가?
錯 錯 錯 (착 착 착 ) 잘못됐어 잘못됐어 잘못됐어.
春如舊 人空瘦 (춘여구 인공수) 봄은 예전과 다름없건만 사람만 부질없이 야위어
淚痕紅浥鮫綃透 (누흔홍읍 교초투) 눈물 흔적 비단 수건 붉게 적시네 (鮫綃:교초. 인어가 짠 직물)
桃花落閑池閣 (도화락 한지각) 복숭아꽃 떨어지고 누대마저 쓸쓸하구나.
山盟雖在錦書難託 (산맹수재 금서난탁) 산을 두고 한 맹세 남아있건만, 편지 한 장 못 부치니
莫 莫 莫 (막 막 막) 안돼, 안돼, 안돼~~~!

이 시를 본 唐婉도 '차두봉에 부쳐'란 시를 지었습니다.
世情薄人情惡 (세정박 인정악) 세상 물정 야박하고 인정도 사나워서
雨送黃昏花易落 (우송황혼화이락) 해질녘 빗속에 꽃잎 쉬이 떨어졌네.
曉風乾淚痕殘 (효풍건 누흔잔) 새벽바람 건조해도 눈물 흔적 남았는데
欲箋心事獨語斜闌 (욕전심사 독어사란) 이내마음 글로 쓰고 싶으나, 난간에 기대어 혼잣말만 하네.
難 難 難 (난 난 난) 어려워 어려워 어려워라
人成各 今非昨 (인성각 금비작) 제각기 가정 이루어 지금은 옛날과 다르네,
病魂曾似秋千索 (병혼증사추천삭) 병든 영혼 언제나 그넷줄 같도다,
角聲寒夜闌珊 (각성한야란산) 호각소리 싸늘하고 밤은 새려하는데.(珊:쇠잔하다)
怕人尋問咽淚妝歡 (파인심문 인루장환) 사람이 찾아올까 눈물을 삼키고 기쁨으로 단장하네.
瞞 瞞 瞞 (만 만 만) 속임수야, 속임수야, 속임수야..
소흥의 명주 황등주에 취해
錯錯錯 (착착착 ) 難難難 (난난난)을 되뇌이며
이 시를 감상했던 때가 새삼스럽다.
언제 또 한 번 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