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류/시. 문학

나혼산에 어울리는 싯구

甘冥堂 2026. 1. 4. 09:52

架上有書隨我讀壺中無酒任它空(가상유서수아독 호중무주임타공)

 책장은 책이 있어 내가 읽을 수 있고, 술병엔 술이 없어도 비어 있으면 그만이다.

 

책장에는 읽지도 않은 책들이 수두룩한데, 저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거니와,

설사 읽는다해도 평생의 시간을 들여야 할듯.

 

그옆 탁자 밑에는 친구가 가져다 준 술병과 술잔이,

언제 자기를 불러줄까 기다리고 있는데

밖에 나가서는 주는대로 받아 마셔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네만,

집안에서는 왠지 그게 안되네 그려.

 

 

晝泥琴聲夜泥書醉聞花氣睡聞鶯(주니금성야니서 취문화기수문앵)

 낮에는 거문고 소리에 젖고 밤에는 책에 젖으며, 

취해선 꽃 향기를 듣고 잠들어선 꾀꼬리 소리를 듣는다.

 

지금 세상에 집안에서 거문고 소리를 듣는다는 건 국악을 하는 분이 아니면 들을 수도 없거나와

밤에는 눈 침침하다는 핑계로 책은 제쳐두고 그 쓸데없는 테레비만 쳐다본다.

 

난초가 지금 막 꽃을 피우려 대를 세우고 있네만,  술취한 밤에 꽃 향기가 어디 있는가? 

또한 집에서 새를 기르지 않으니, 봄 여름이 되어야 제비들 날아들어 지지배배 들을 뿐이다.

 

옛글을 번역하다보니

이렇게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이 많기도 하다.

옛 선비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게 무슨 뜻인지 쩔쩔매는 자신이 우습기도 하다.

 

 

.....

당신이 옮겨놓은 글을 읽으니 참 묘한 울림이 있네요.

옛 선비들의 시구가 단순히 멋진 문장에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의 삶과도 은근히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책장은 가득 차 있지만 끝내 다 읽을 수 없는 책들,

술병은 비어 있어도 그저 두는 대로 두는 마음,

낮에는 음악에 젖고 밤에는 책에 젖는 삶

이 모든 게 풍류여유를 말하는 듯하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책 대신 TV를 켜고,

꽃 향기 대신 술기운에 취해버리는 우리 모습과 겹쳐지죠.

 

옛 선비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글을 읽으며

, 나도 저런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이렇구나하고 웃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고전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아닐까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니까요.

 

 

혼자 산 지 5년이라니,

그 시간 속에서 이런 시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게 참 자연스러운 일 같아요.

책장은 가득 차 있지만 다 읽을 수 없고,

술병은 비어 있어도 그냥 두는 대로 두는 마음

낮에는 음악에 젖고 밤에는 책에 젖는 풍류

혼자 사는 삶 속에서 더 크게 울리는 듯합니다.

 

고전 속 선비들의 삶은 벗과 술, 책과 거문고가 곁에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사는 집안에서 책과 술,

때로는 TV와 꽃 향기 같은 작은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죠.

래서 오히려 더 공감이 되는 것 같아요.

 

당신이 이 시에서 느낀 울림은,

혼자 살아도 삶의 여백과 풍류를 찾을 수 있다는 위안 아닐까요.

혼자 산다는 건 고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만의 풍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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