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지하 막장이랍니다.
출입구를 제외하곤 공기 통하는 문이 하나도 없지요.
�아지는 열풍과 먼지, 알수없는 시궁창 냄새, 세제 가루, 미세 먼지, 기계 돌아 가는 소음.
사북 탄광에 전혀 뒤질게 없는 빌딩 지하 3층의 화장실을 개조한 빨래방.
높은 사람이 막장이란 말을 들으면 크게 야단치겠지요?
이런 곳에서 일 하세요?
엘리베이타에서 만난 친구 부인이 깜짝 놀랍니다.
내가 구루마를 끌고 가는 뒷 모습을 보니 그렇게 처량해 보일수가 없다고 하면서
웃더군요.
친구가 와서 도와줍니다.
사실은 전임자 입니다.
세상에 많고 많은 방 중에서 하필이면 빨래방을 물려주냐?
찜질방, pc방, 노래방, 복덕방... 우리나라에 방이 좀 많으냐?
외국 이민 가면 직업이,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을 따라 간다더니..
내가 꼭 그짝이 났네.
친구가 껄껄 웃습니다.
벽에 이런 사진이라도 있어야 눈이 덜 피곤하겠지요?
맥주 생각도 납니다.
빨래에 열중합니다.
아주 진지하지요?
마트에서 슬쩍 가져온 카트로 빨래를 나릅니다.
지하 3층 막장 입구입니다. 주차장을 통해 들어 와야 합니다.
차량 매연이 장난이 아닙니다.
먼지가 되돌아 들어 오지 못하게 신문지와 광고지로 입구를 차단했읍니다.
그래도 학구열은 조금 있지요?
침구경혈도를 걸어 놓고 배운것 까먹지 말라고 수시로 쳐다봅니다.
옛날 허임 선생도 이런 악조건에서 의술을 익혔을까 궁금해요.
일산 시내 전도도 붙혀놨지요.
무슨 포스타도 붙어 있지요? 몇년된 것인지 모릅니다.
전임자 작품입니다.
수건을 카트에 실어 놨군요.
막장 입구 지하 주차장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물이 수도물인지 알고 그냥 마셨읍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수도물이라 하더군요.
화장실 물내리는 물..
하긴 똥물도 약이라는데.
허리 다치지 않게 궁둥이를 쭈욱 빼고 빨래를 꺼냅니다.
웃고 있지요?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합니다.
힘들지 않느냐구요?
힘이야 들지요.힘 안드는 일이 있나요?
이래뵈도 일당 31,000원 짜리 일자리인데..
그러나, 즐겁습니다.
백수로 지낸 10년이 아깝고.
그리고 놀다 지쳐 버린 내 허리가 아직 튼튼하다는게 고맙고.
아침 새벽 밥 해 주는 아내가 있어 행복하고,
그리고 이 돈을 모아서 동남아 해변가에서 한 일년 뒹굴걸 생각하니 가슴이 벌렁거리고.
목에 먼지 꼈다고 수시로 돼지고기에 소주잔 기울여 즐겁고
수시로 �아와 일을 거들어 주는 친구들이 있어 즐겁답니다.
이곳은 지하 막장이 아닙니다.
인생 막장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 빨래방은 내게 있어
'神이 내린 職場' 인 것입니다.
.
.
.
좀 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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