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 있는 아침.
홍조 - 이시영
내산 형수의 욕은 온 동네가 알아주는 욕이었다. 아침부터 새 샘가에서 쌀을
일다 말고 “저 자라처럼 목이 잘쑥한 위인이 밤새도록 작은마누래 밑구녕
을 게 새끼 구럭 드나들듯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해쌓더니만
새복에 글씨 부엌이서 코피를 한사발이나 쏟고는 지금 비틀배틀 배틀재로
넘어가는구만“ 하고는 돌아서서 코를 팽 풀다가 어린 나를 발견하고는
“아따 데름 오래간만이요 잉” 하며 잔주름이 접히는 상큼한 눈웃음을 웃으면
내 얼굴은 그만 홍조로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처음 이 글을 읽으면서 이것도 詩라고..쯧
내던져 버린 신문.
그러나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아주 감칠맛이 난다.
어, 구수하고도 진한게 얼추 삭힌 홍어 맛 같기도 하고
짙은 청국장 같기도 하다. 아주 걸죽~하다.
‘자라처럼 목이 잘쑥한 위인’이 혹 나를 지칭하는게 아닌가
순간 찔끔하기도 하고.
목이 짧은 것도 서러운데, 허. 그게 그 방면에도 연관이 되는감?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구만.ㅋㅋ.
우리네 아낙들은 울고 짜고 하면서도 이렇게 속 시원하게 내 뱉어버리기도 한다.
TV에서야 아주 심각하게 포장을 해야 되겠지만
실제 우리 사는 세상에서야 어디 그러냐?
죽일 놈, 살릴 놈. 한바탕 된통 쌈 한번 하고 나면 그만이지..
그러니 그 웬수 먹이려고 쌀 씻으러 나오지 않았겠느냐?
이런 것 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금기의 위반은 비난해야 할 일이 아니라 사람의 사물화를 막고 문명 발달의
새 동력을 얻는 길이다.‘
어휴, 속 터져.
저것도 연구라고 해 놓고 밥을 먹는 자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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