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역적의 죄명-莫須有(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甘冥堂 2011. 7. 10. 10:59

 

岳鄂王墓

                                        조맹부 (元나라)

 

鄂王墳上草離離 秋日荒凉石獸危 (악왕분상초리리 추일황량석수위)

南渡君臣輕社稷 中原父老望旋旗 (남도군신경사직 중원부노망선기)

英雄已死嗟何及 天下中分遂不支 (영웅이사차하급 천하중분수부지)

莫向西湖歌此曲 水光山色不勝悲 (막향서호가차곡 수광산색불승비)

 

악비 무덤위엔 풀이 무성하고

황량한 가을 石獸가 웅크리고 있네

남으로 피난 간 군신들 사직을 저버렸고

중원에 남은 늙은이들만 악왕의 軍旗를 기다렸네

영웅은 이미 죽었는데 탄식한들 무엇하리

천하가 나누어지니 이제 의지할 데 없네

西湖를 향해서는 이 노래 부르지 마오

물빛 산색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네.

 

조맹부는 원시대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원래 송나라 왕족의 출신으로 元에 出仕하였으니 유가의 예교 관념을 따르자면 변절자이다.  그런 시인이 서호 가에서 만고의 충신 악비의 무덤 앞에서 조문하였으니그 심정이 얼마나 복잡하랴? 시인은 송을 망하게 한 진회. 조구 무리를 질책했지만 元의 녹을 받는 대죄를 지은 시인의 심정이 편할리가 있겠는가? 그는 자신의 고통을 莫向西湖歌此曲 (西湖를 향해서는 이 노래 부르지 마오) 라 표현했다.

 

남송 때의 명장 악비가 간신 진회(秦檜)의 음모에 의해 살해되어 항주 서하령 아래 묻혔다. 악비는 모반을 꾀했다는 모함을 받자 울분을 참지 못해 윗도리를 벗어 젖혔는데 그의 등에 精忠報國이란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어머니가 아들의 등에 새겨주었다는 것이다. 심문관이 이를 보고 석방하려 하였으니, 진회는 이를 듣지 아니하고,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아마 모반을 일으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막수유(莫須有)라는 죄명을 씌워 살해 했다.

 

후인들은 악비가 莫須有의 죄목으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그 일을 일러 삼자옥(三字獄)이라 한다.

단 세 글자로 옥사를 일으켜 장군을 살해했다는 말이다.

‘막수유’란 현대 중국어로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공앙유(恐殃有).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 야허유(也許有)의 뜻이다.

당시 사람들은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말 한마디로 어찌 천하를 설복할 수 있겠는가’ 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악비 장군의 무덤 앞에는 무덤을 향해 꿇어앉아 있는 4개의 철상(鐵로만든 像)이 있는데, 이 네 사람은 악비를 살해한 원흉들로서, 간신의 이름은 秦檜. 王씨(진회의 처), 張俊, 萬俟禹이다. 간신들의 오명은 만년이 지나도 씻어지지 않는다. 세인들은 이름을 지으면서도 간신들의 이름에 사용된 字들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중국명시감상:위즈 온) 

 

~지금도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 흉노족을 무마하기 위해 정략 결혼시킨 王昭君과, 元(몽고)의 침입에 강력히 맞설 것을 주장하다 죽임에 처한 岳飛장군을 가장 훌륭한 애국충절의 영웅으로 기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