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네 가지

甘冥堂 2012. 3. 5. 00:04

방송국 GAG 프로에 '네 가지' 라는 프로가 있다.

인기없는 놈, 촌스런 놈, 키 작은 놈, 뚱뚱한 놈.

각기 한 명씩 나와서 주변에서 인식하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변명 겸 항의를 하는 코너이다.

 

인기없는 놈은, 자기가 왜 인기가 없느냐. 누구누구보다 훨씬 잘하지 않느냐는 항변.

촌스런 놈은, 촌에서 올라와 좀 촌스러워도 아는 거 다 알고, 세상 유행하는 것 다 알고 있다.

키 작은 놈은, 키만 좀 작지  뭐 어떠냐. 자기보다 더 작은 놈도 있다. 이만하면 잘생긴 것 아니냐.

뚱뚱한 놈은, 내 이리 살쪄 뚱뚱할 때, 너희들이 보태준 것 있느냐? 등등.

 

이 프로를 보면서 저 친구들이 나를 빗대 개그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인기無, 촌 놈, 작은 키, 뚱뚱...이 네 가지 모두를 갖춘 게 바로 '나' 아닌가?

아니 그럼, 네 가지를 다 가진 놈은 어쩌란 말이냐?.

그러나, 각자의 컴플렉스를 나름대로 당당하게 주장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개성의 시대이니, 나름의 특장을 살려나가면 되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들이 골라낸 루저(?)의 모습들이 일응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인기없는 자의 비애.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남들의 관심 한 번 못받고, 게다가 술 값이나 보태야 하는 경우에는 한심스러운 것이고,

촌스러운 자는 그 행동으로 말미암아 친구들로 부터 격이 떨어진다는 평과 함께 소외감과 따돌림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뚱뚱한 자는 몸이 둔하여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 경기나 등산 등 몸을 움직이는데 곤란을 겪을 것이고. 또 요즘은 못생긴 것보다 뚱뚱한 것을 아주 몹쓸 것으로 치부하는 대세이니 이 또한 곤란하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제일 문제는 키 작은 자의 설움일 것이다. 다른 세 가지 요소들은 노력하면 거의 다 수정되고 개선 될 것이지만, 키 작은 문제는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수정불가'의 것이니 어쩌랴?

너희들이 그걸 알아? 지하철 손잡이에 손이 안 닿아 휘청거리는 비애를? ㅎㅎ

 

각각의 경우가 이럴진대, 이 네 가지를 다 가진 자는 과연 어떻겠는가?

위의 경우를 다 합한 것이라면, 그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라는 결론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세상은 묘하게도  결코 그렇게 일방적인 Loser 로는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어떤 경우던 살게끔 만들어 준다.

조물주의 오묘한 조화라고나 할까?

 

개그 프로를 보면 세상에는 재주 많은 사람들이 꽤나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양한 소재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서 저렇게 재미있게 꾸미는지. 참으로 대단하다.

그 세계도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곳일 터. 남을 웃기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살벌한 전쟁터가 아닌가? 

 

방송도 세대 구분이 확연하고, 성별. 배경, 소재도 점점 양극으로 갈리는 듯하다.

아무 생각없이 순간만 즐기는 프로가 좋은 프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우중충한 시대에 비록 실소이지만 잠시라도 웃게 만드니 고맙지 뭔가.

 

네 가지를 다 가진 자.

이런 소재도 개발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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