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맹랑한 고등학생이 책을 냈는데 거기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왜 공부를 하느냐?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랍니다. 열심히 인생을 탐구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정도의 얘기를 합니다.
고등학생 아니라 한 50대 중늙은이의 현답 같습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학교에서 가르킬 것이 없을 것 같군요...
대단합니다. 대가리도 단단할 것 같습니다.
자식을 길러도 이런 자식을 길러야지.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런가요?
중국 동진 시기의 천재적인 시인 陶潛(도연명)도 이런 한탄의 글을 남겼습니다.
責子 자식을 꾸짖다.
白髮被兩鬢 (백발피량빈)하니 백발이 양쪽 귀밑머리 뒤덮고
肌膚不復實 (기부불부실)이라 살결도 이제는 실하지가 못하네.
雖有五男兒 (수유오남아)나 비록 아들놈 다섯이나 되지만
總不好紙筆 (총부호지필)이라 모두 종이와 붓을 좋아하지 않네.
阿舒已二八 (아서이이팔)이나 큰놈 서는 이미 열여섯 살인데도,
懶惰故無匹 (나타고무필)이요 게으르기 다시 짝이 없고,
阿宣行志學 (아선행지학)이나 선이란 놈은 곧 열다섯이나 되는데
而不愛文術 (이불애문술)하고 그런데도 공부를 좋아하지 않네.
雍端年十三 (옹단년십삼)이나 옹과 단은 다 같이 열세 살인데
不識六與七 (불식육여칠)이오 여섯과 일곱도 분간하지 못하네.
通子垂九齡 (통자수구령)이나 통이란 놈은 아홉 살이 가까웠건만,
但覓梨與栗 (단멱리여율)이라 그저 배와 밤만 찾고 있을 뿐이네.
天運苟如此 (천운구여차)하니 하늘의 운수가 진실로 이러하니,
且進盃中物 (차진배중물)하라 또한 술잔이나 기울일 수밖에.
....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식을 책망합니다.
아비되는 도연명의 입장에서는 능히 그럴만도 합니다.
범의 새끼가, 개 새끼가 된 형국이니 속이 터질만도 하지요.
세상에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자식 농사라 했습니다.
인력으로 그 노릇을 어찌합니까?
하늘이 주신 자식이니 그도 어쩔 수 없이
다만 술잔속에 시름을 던져 봅니다.
공부가 인생에 대한 예의라는 애늙은이와, 게으르고 먹는 것만 탐하는 철없는 아이가
훗날 성장하여서는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일찍 피어 빛나는 꽃도 있지만, 한겨울에 피어나는 인동초도 있는 것입니다.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오. 도잠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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