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인생에는 두가지 삶 밖에 없다.

甘冥堂 2012. 3. 15. 17:35

"인생에는 두 가지 삶 밖에 없다.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그는 물리학자임에도 '기적'을 믿었다고 한다.
어쩌면 삶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house poor, working poor. 라는 신조어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내집 한 칸 마련하려고, 없는 돈에 은행대출 받아 분양 또는 집을 샀으나, 집값이 오르기는 커녕 사정없이 하락해 버리니 이를 어찌하나?  아무리 헐값에 내 놔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분양가 이하로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대출을 갚으려 집을 팔려해도 팔리지도 않는다.

 

우리 친구는 말 그대로 house poor, 그 자체다. 심지어 카드론 까지 보태어 아파트를 샀으나,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은행 빚을 해결하려고 집을 내 놨으나 팔리지는 않고, 게다가 나이 많다고 직장에서도 해고 당하고 보니 이자도 못낼 형편이다. 신용불량자 일보 직전에 있는 것이다.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부엌 뒷문으로 나간다는데, 우리 친구가 그 모양이 되려는 것 같다.

"마누라가 각방 쓰자고 해.."

그래도 집이 있으니 없는 거 보다 나은 거 아니냐? 한다. 그러나 마음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차라리 집없이 움막에 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working poor.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 할 자리가 없으니 2~3년 취직하려고 애쓰다가 그만 포기해 버리고 만다. 아예 일자리 찾을 생각도 아니하고 그냥 방안에서 뒹굴고 만다. 이 경우는 공식 실업율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또 어찌어찌 힘들게 일자리를 구해 봐야 비정규직이나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허드레일 밖에 없다. 그 일에 자신의 장래를 맡기기에는 너무 희망이 없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의 신자유주의 물결은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 따른다. 이전의 국가의 조절기능을 통한 해결기능을,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선택에 의해 경쟁력 없는 기업을 도태시킴으로서 해결하려고 한다.

따라서 신 자유주의의 근본이 '경쟁을 통한 선택'인 이상 취업을 하지 못한, 즉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청년은 자기 자신을 '필요없는 존재'로 받아들이도록 강요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잉여'라고 표현하는 자학적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하우스푸어와 워킹푸어 사이에 어떤 공통적인 관계가 있을 것만 같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일면서 기업들은 공장을 돌리기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고, 개인들도 덩달아 무리를 해 가며 주택투기에 열중했다. 그러다 보니 은행에 내는 이자 때문에 살림살이를 줄일 수 밖에 없다.  나라 전체적으로 유효수요가 줄어들어 내수침체가 되고, 이는 생산활동을 더욱 위축시켰다. 그 결과 일자리는 줄어들고 저임금 비정규직은 늘어났다. 따라서 working poor는  부동산 거품의 산물이 아닐런지.

 

그러나 무리한 탐욕을 부린 가계들 -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들의 자기 책임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house poor의 주축이 기성세대인 점에서 working poor 청년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기성세대가 만든 부동산 거품의 불똥을 맞았다 할 수 있다.

 

지금 더 큰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데 있다.

정부에서 해 볼 수 있는 정책수단은 이미 다 동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을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무리한 부양책이나 복지정책을 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적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그리 생각한다.

그러나 어쩌랴. 이 험한 세상에서, 모든 삶이 기적이라고 믿는 것이 차라리 속이 편할지도 모를 일이니.

아인슈타인의 기적은, 그가 정치가가 아니라 과학자였으니 다행이랄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