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안수정등(岸樹井藤)

甘冥堂 2012. 3. 18. 07:33

불설비유경佛說譬喩經에 나오는 안수정등(岸樹井藤).

안수정등이란 성난 코끼리에 쫓겨 절벽 낭떠러지의 등나무 줄기에 매달려 있고,

낭떠러지 아래는 뱀이 우글거리며

두마리의 쥐가 매달린 등나무 줄기를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서도

절벽에 있는 벌집에서 떨어지는 꿀을 한 방울이라도

더 먹으려고 안달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눈 앞의 달콤함만을 좇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당나라 삼장법사의 해설

 

 

.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넓은 들판은 무명의 길이요    

달리는 사람은 범부의 비유며    

큰 코끼리는 무상의 비유요    

그 우물은 생사의 비유니라.      

 

나무뿌리는 목숨의 비유요    

두 마리 쥐는 밤과 낮의 비유며    

뿌리를 갉는 것은 찰나찰나로 줄어드는 것이요    

네 마리 뱀은 네 가지 요소이다.  

     

떨어지는 꿀은 5욕(欲)의 비유요    

벌이 쏘는 것 삿된 생각의 비유며    

그 불은 늙음과 병의 비유요    

사나운 용은 죽는 고통의 비유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것을 관찰하여    

생(生)의 재미를 곧 싫어하라.    

5욕에 집착 없어야    

비로소 해탈한 사람이라 하나니    

 

무명의 바다에 편한 듯 있으면서    

죽음의 왕에게 휘몰리고 있나니    

소리와 빛깔을 즐기지 않으면    

범부의 자리를 떠나는 줄 알라.

 

그 때에 승광대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생사의 근심스러움을 듣자 일찍이 알지 못했던 일이라

생사를 아주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마음으로 우러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큰 자비로 저를 위해 이처럼 미묘한 법의 이치를 말씀하였사오니,

저는 지금 우러러 받들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오. 대왕이여, 그 말대로 실행하고 방일하지 마시오.” 

 

解說

어떤 사나이가 홀로 광야를 헤매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크고 사나운 코끼리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아, 난 밟혀 죽겠다”라며 사력을 다해 달렸으나 좀처럼 숨을 곳이 없었습니다.

때마침 빈 우물을 하나를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니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마침 나무에는 등나무 넝쿨 하나가 드려져 있었다. 그걸 잡고는 아래로 내려가니 우물 바닥에는 뱀 네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둥지둥 다시 올라가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생명줄과 같은 그 넝쿨을 흰 쥐와 검은 쥐가 교대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넝쿨이 끊어져 뱀한테 물려 죽을 처지이지만, 위에서는 코끼리가 으르렁거리고 있어서 진퇴양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뭇가지에는 벌통 하나가 놓여있는데 꿀이 똑, 똑, 똑, 똑,똑 다섯 방울씩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습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혀를 내밀고 꿀을 맛있게 받아먹고 있습니다.

그 달콤한 쾌감. 그는 그런 상황을 잊고 꿀맛만 즐기고 있었습니다.

 

‘불설비유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인간이 처한 한계적 상황을 비유한 것입니다.

여기서 광야는 바로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를 지칭합니다.

‘사바’란 인고(忍苦:고통을 참는다)를 뜻합니다. 고통을 참고 살아야만 하는 세계를 사바세계라 합니다.

사나이는 우리 중생들이며, 무서운 코끼리는 무상한 시간으로 예고 없이 홀연히 목숨을 앗아가는 살귀(殺鬼)요,

흰쥐와 검은 쥐는 생명을 재촉하는 낮과 밤이며,

우물 속으로 늘어진 칡넝쿨은 우리의 생명줄이며,

다섯 방울의 꿀물은 재물욕, 색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의 다섯 가지 욕망인 오욕(五慾)을 뜻합니다.

무서운 눈으로 독기어린 혀를 날름거리는 네 마리 독사는 사대(四大)를 뜻합니다.

사대(四大)란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인 ‘지(地)수(水)화(火)풍(風)’을 말합니다.

우리가 죽으면, 육체는 흙(地)으로 피, 고름, 콧물, 눈물 등은 물(水)로 따뜻한 기운은 불(火)로 움직임은 바람(風)으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안수정등(岸樹井藤)’ 설화라 합니다.

절체절명의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그린 것으로, 안수(岸樹:절벽의 나무)와 정등(井藤:우물의 등나무)을 합성한 말입니다.

 

成佛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