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죽었지 않은가
릭샤를 타고 갈 때였다. 속도를 줄이라는 내 거듭된 충고에도 불구하고 인도인 운전사는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결국 릭샤가 전복되고 말았다. 마침 길가 진흙밭으로 떨어져서 목숨을 건졌지만 난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래서 운전사에게 다가가 죽을 뻔했지 않느냐고 소릴 지르자 운전사는 오히려 화내는 나를 나무랬다. "죽을 뻔했을 뿐이지, 죽지 않았는데 왜 화를 내는 거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갖고서 분노의 감정으로 쓸데없이 자신을 괴롭히지 마시오."
♠ 눈물과 무지개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올드 델리에서 만난 젊은 릭샤 운전사가 인생의 고통에 대해 얘기하던 중 나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 기다림
북인도 자이푸르에서 만난 한 노인은 나더러 자기를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소연했다. 내가 이번에는 시간이 없다고 하자 그는 말했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겠소. 내년에 당신이 다시 올 때까지 말이오. 내년에 다시 이곳으로 와서 나를 꼭 데려가주시오."
♠ 돌과 빵
"우리는 매일 밤에 잘 때 배 위에 무거운 돌을 얹어놓고 잡니다. 공복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죠. 그런데 오늘은 이 빵을 뱃속에 넣고 잘 수 있게 돼서 기쁨니다."
뱅갈지역의 어느 가난하고 배고픈 아저씨가 내가 준 빵덩어리를 들고 돌아가며 그렇게 말했다.
♠ 주는 행복
"때로는 주고 싶을 때 줄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다. 난 주고 싶어도 줄 게 없다."
내가 한푼 줄까 말까 망설이고 있자 바라나시의 여자 거지가 그렇게 충고했다.
♠ 대단한 것
자정이 넘어 폭우가 퍼붓는 남인도 마드라스 공항에 내린 나는 릭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릭샤에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비가 안으로 들이쳐 나는 속옷까지 젖고 말았다. 인도 여행중에 그런 폭우를 만난 것도 처음이었다. 나는 릭샤를 운전하는 늙은 인도인에게. 정말 대단한 비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낫씽 스페셜! 인생에 대단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 신년 파티에 참석한 기관사.
바라나시행 기차는 다섯 시간이나 연착했다. 그 이유를 묻자 럭나우의 역무원은 말했다.
"기관사가 신년 파티에 참석하느라 잠시 기차를 세워두었기 때문이오. 신경쓰지 마시오."
뭘 신경 쓰지 말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 진정한 도움
캘커타 초링기 지역에서 구걸을 하는 인도인 청년에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라고 충고하자 그는 말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다.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나에게 주려고 하지 말고 당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걸 조금만 주라."
♠ 밧줄과 그릇과 쌀
"불에 타버린 밧줄은 그 형태가 그대로 있다해도 물건을 묶을 수 없고, 불에 한번 구운 그릇은 그 깨진 조각으로 다신 그릇을 만들 수 없다. 또 일단 불에 익힌 쌀은 땅에 심어도 다시 싹이 트지 않는다. 한번 사랑에 자신을 바친 사람은 이와 같아야 한다."
뱅갈 출신의 위대한 성자 라마크리슈나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청년이 들려준 말.
♠ 포기
"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캘커타 초링기 지역에서 만난 한 거지는 내가 몇 푼을 줄까 망설이자 그렇게 충고했다.
♠ 가장 먼 거리
리시케시의 강가에서 어느 날 나는 한 스와미와 얘길 나누었다. 그는 남인도 트리반드룸에서 왔으며, 리시케시까지 기차를 타고 오는데 100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내가 놀라며 그런 먼 거리를 왔느냐고 하자 그는 말했다. "그것보다 더 먼 거리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30센티밖에 안 되는 거리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 행동
"무엇을 하며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내가 묻자 머리를 산발한 요가 스승이 말했다.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 하라."
♠ 노 프라브럼.
희랍의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말했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너의 배우자가 죽었는가? 아니다. 그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이다. 너의 재산과 소유물을 잃었는가? 아니다. 그것들 역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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