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생들이 왔다.
셋째, 넷째네 부부들이 사전 예고도 없이 한꺼번에 온 것이다.
무슨 일이 있나?
서둘러 시장 보고 안주 만들고, 저녁하고..
지난 정월에 보고 거의 두 달 만이다.
못마시는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무슨 말을 하려나 암만 기다려도 본론을 꺼내지 않는다.
"무슨 문제있나? 잘 돼 가는 거야?"
"잘 되고 있어요." 그게 대화의 전부였다.
낼모래 육십인 셋째가 직장을 옮기려 이력서를 냈는데,
너무 유식한 티가 나니, 그냥 별 볼일 없었던 것 처럼 다시 써 오라고 한단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기껏해야 허드렛일인데, 과거 이력이 담당자의 맘에 안든 것이다.
그냥 막노동이나 하며 살아온 인생처럼 꾸며야 한다.
이력도 감추어야(?)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특히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다양한 스펙이 필요하다.
모두가 다 비슷 비슷하니 그중에서 눈에 잘 띄게 하려면 남이 안 한 것,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 등을 엮어 다양하게 자기를 꾸며야한다.
그래도 취업이 될지 말지다.
그러나 일단 낙엽의 신세가 되면, 그 화려한 이력이 도리어 거추장스러운 장애가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나도 부탁을 했다. "자네 그 자리 들어가거든, 결원이 생기면 내 일자리 하나 봐 주게."
월급도 주유소 알바 보다 훨씬 많으니, 그 정도라면 대통령 부럽지 않다.
비록 새벽부터 10시간의 고된 노동이지만,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를 마라.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건 죄를 기르는 것이다.
"아마 형은 안 될지도 몰라. 나이에 걸리지 않을까?"
하긴 그렇지..
이래 저래 속 상하다. 그놈의 나이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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