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전과 태평천국의 난

 

    홍수전과 태평천국

 

Ⅰ.배경

1.태평천국운동

태평천국운동은 제1차 중영전쟁의 패배와 청조의 권위추락을 계기로 일어났다. 건륭황제 중기 이후 이미 향촌사회에서 사회불안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청 말기에는 급격한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작면적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아편유입의 격증에 따른 銀의 해외유출로 은의 가격이 급등하고 전쟁 패배에 따른 배상금부담으로 무거운 세금을 부과 받은 농민의 부담이 가중되어 이로 인한 향촌사회의 불안과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특히 태평천국의 봉기가 시작된 광시성과 광둥성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치안문제가 심각했다.

광시성의 치안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한 것은 외래이주자로, 독특한 방언과 관습을 유지하고 있던 커자(客家)와 본지인 간의 싸움이었다. 客家란 한족이기는 하지만 광동 강서 복건을 주요한 분포지로 하여 고유한 언어, 풍습을 지닌 집단이다. 커자들은 대부분 소작인으로 부업이나 전업으로 숯장이 탄광노동 고용노동의 일을 하고 있었다.

향촌 공동체에 기반을 둔 본지인들은 신사(紳士)를 중심으로 단련을 조직하여 무장하고 있었지만 커자는 한족사회에서 소외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척박한 땅에 분산되어 살고 있었으므로 응집력도 없었다. 이들이 유교에 도전하는 이단 사상인 배상제회 조직에 다수 참여하면서 태평천국이 시작 되었다.

 

2.홍수전

홍수전은 아편밀매가 한창이던 1814년 1월1일 광동성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했지만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못하였다. 1937년 3번째로 과거시험에 낙방하자 큰 충격을 받고 신경쇠약에 걸리게 되었다. 며칠 동안 계속된 정신착란 속에서 흑의금발의 노인을 만나는 꿈을 꾸었다.

그 노인은 세상에서 사악한 악귀가 들끓는다고 불평을 터뜨린 뒤 이 세상의 악마를 퇴치시키라는 부탁과 함께 홍수전에게 칼과 인장을 주었다. 홍수전은 또한 그 꿈속에서 이 세상의 악마를 퇴치하라고 지시하면서 조언해준 중년의 사람도 만났다.

 

정신착란이 회복된 후 고향에 내려가 훈장으로 일하던 중 중국인 선교사가 쓴 勸世良言이라는 그리스도의 기본원리를 설명하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 책을 읽고는 정신착란 중에 자신이 꿈속에서 본 흑의금발의 노인은 하느님이었고, 중년의 남자는 예수 그리스도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홍수전은 또한 그 자신이 중국을 구제하기 위해 하느님이 보낸 그의 둘째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1847년 홍수전은 광저우로 가서 미국선교사인 J.로버츠 목사를 만나 그리스도 교리를 연구했다. 그러나 정통 그리스도 원리가 아닌 구약성서에 나오는 성난 神만을 강조했다.

 

한편 홍수전은 서방의 그리스도교와 접촉하면서 세상에는 중국이외의 나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통적인 중국우월주의 대신에 그는 하느님의 지도 아래 모든 나라들이 동등한 나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임을 주장했다. 더욱이 당시의 중국문화에 대해 우상파괴적인 태도를 취했고 중국문화는 악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매도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파괴해야 한다고 했다.

 

Ⅱ.홍수전과 태평천국

1. 태동

홍수전은 그의 동지 풍운산 및 배상제회 회원등과 합류하여 그 단체의 지도자가 되었다. 배상제교는 유일신인 상제를 경배하면서 전통신앙과 관련된 우상을 부정했다. 또 살인. 절도. 간음을 비난하고 아편흡입과 음주를 금지하고 효도와 정직을 강조했다. 상제가 현세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복신앙적인 요소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자석이었다. 조직이 갖추어진 만큼 이들은 계율을 만들어야했다. 홍수전은 풍운산의 의견을 받아들여 배상제회의 계율서인 <천조서>를 만들고 모세의 10계를 본떠 10조의 계율을 만들었다.

 

1). 상제를 예배하라

2).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3). 상제의 이름을 멋대로 붙여서는 안 된다.

4). 7일마다 예배하여 상제의 은덕을 찬양하라.

5). 부모에게 효도하라.

6). 남을 죽이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7). 불의와 음란의 죄를 범하지 말라.

8). 도적질이나 약탈을 하지 말라.

9). 거짓말이나 속임수를 말하지 말라.

10).탐하지 말라.

 

10조의 경우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타인의 예쁜 아내와 딸을 보고 이를 손에 넣고 싶어 한다거나, 타인이 가진 물건과 재산을 보고 욕심을 내는 자, 도박을 하거나 복권을 사거나, 과거시험에 누가 합격할 것인가로 내기를 하거나 하는 자는 모두 천조를 범하는 자이다.”

 

한편 홍수전은 청나라 만주족을 요괴라고 저주하며 대다수 백성들의 반만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였다, 만주족을 죽이더라도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부추긴 홍수전의 격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만주족의 기원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그들의 시조는 흰여우와 붉은 개가 교접해서 만든 정액이며, 이 정액을 통해 이런 요괴스런 인종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악한 제위를 세워 놓고 야생여우를 그 자리에 앉혔다. 그들의 궁정에는 목욕한 원숭이가 옷을 입고 들어 앉아 있다.”

 

처음에는 개인의 종교적 구원에 치중했지만 1849~1850년의 기근으로 본지인들과의 무장충돌이 빈번해지면서 청조 타도라는 정치적 운동으로 변화했다. 1850년 7월 광시성 각지의 배상제교 회원들이 구이핑(桂平)현 진텐(金田)으로 모여 들었고, 청조의 지방군과 충돌하던 끝에 홍수전은 1851년 1월 태평천국을 선언하고 3월에 天王에 즉위했다.

 

2.태평천국의 전개

태평군은 1851년 9월에 태평천국의 선두부대가 광시성 중부의 닝안(永安)을 점령하였다. 이것은 태평군이 일어나 처음으로 도시를 장악한 사건이다. 홍수전은 이곳에서 이듬해 4월 까지 머물면서 혁명의 발전에 적용하고자 건국의 기본조치들을 제정하였다. 독자적인 천력반포, 관복과 의례제정, 양수청을 포함한 5王 중심의 군사 정치적 지도체제 마련, 대민선전 등 명실상부한 정권의 형태를 갖추었다. 1853년1월 후베이성 우창을 점령할 즈음에는 병력이 50만 명으로 늘어났고 3월에는 난징을 점령해 수도로 삼았다. 南京을 천경으로 고쳐 태평천국의 수도로 삼은 것이다.

태평군이 金田에서 기의하여 南京에 이르기까지 거의 파죽지세로 진군하여 강남6성을 2년 동안에 차지하였고 배상제회의 신도도 2만에서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1853년 9월에 간행한 천조전무제도(天朝田畝制度)와 후기 지도자 홍인간(洪仁玕)이 지은 자정신편(資政新篇)은 태평천국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즉 전자는 전제적 왕조권력 아래에 신분계급 질서를 확립하되 성인남녀에게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등 사유권을 강력하게 통제해 가난한 농민의 염원인 균등한 경제체제를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 줬다. 후자 資政新篇은 중앙집권의 강화, 서구식 기술과 문물도입 등 독자적인 근대화 방안을 제시하여 서양을 배우고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발전시킬 것을 주장하였다.

 

3.홍수전의 죽음과 태평천국의 몰락

그러나 태평천국은 그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할 겨를도 없이 1864년 수도가 함락되면서 몰락했다. 홍수전은 난징이 함락되기 직전 지병으로 병사했다.

몰락의 원인은 지도층 내분으로 인한 정예부대의 소멸이었다. 천왕 홍수전과 동왕 양수청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었는데, 홍수전은 위창휘에게 명령하여 1856년 9월1일 야간에 동왕부를 포위하여 양수청과 그 가족, 부하 등 2만 여명을 살해했다. 이어 위창휘가 다시 오만해지자 그마저 제거해 버리고 말았다. 이로써 정예부대의 상당수가 그들 간의 내분으로 스스로 소멸되고야 말았다. 이와 함께 상군 등으로 결집된 한족관리와 신사층의 반격, 베이징조약 이후 청조를 지원하게 된 서구 열강의 간섭, 다른 반란세력과의 연대 실패, 후기로 갈수록 불거진 이념과 현실 간의 갈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증국번은 태평천국軍이 진격해 오자 황제로부터 후난(湖南)을 방어하라는 명령을 받고 청조에 충성을 맹세하고 출정하여, 장사에서 호남 청년 1만 명을 모집하여 훈련시켜 의용군(湘軍)으로 편제하는 한편, 장강수군도 조직하여 태평천국 진압을 주도하였다. 1860년 양강총독에 임명되어 양자강 유역에서의 태평천국 토벌의 전권을 수여받았다. 그는 이홍장에게 회군을 조직하도록 하고 영국과 프랑스군의 원조를 받아들여 난징을 공략, 탈환에 성공하였다. 태평천국을 진압한 뒤 그는 구질서의 재흥에 노력하고 화북 농민폭동 진압, 서유럽 제국에 대한 양보 타협 정책 등에 따른 同治中興이라 부르는 구질서의 상대적 안정에 기여했다.

 

태평천국을 진압한 뒤 청조 지배층은 군사부문을 중심으로 한 양무개혁을 추진했지만 청조권위가 약해지면서 지방중심적 경향이 강해졌고 신사층의 수가 늘어나 농민의 부담이 커졌다.

 

Ⅲ.홍수전과 태평천국에 대한 소견.

 

1.정신분열증과 배상제회

어린 시절 홍수전은 서당에 다녔다. 서당에서는 주로 사서삼경을 중심으로 한 유학서적을 공부했다. 어렸을 때부터의 총명함 때문에 집안과 마을 사람들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유일한 출세 길인 과거시험에 3번이나 응시했으나 계속 낙방하였다. 마지막 3번째 과거시험에서 낙방하자 그는 실신하여 들것에 실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로 인한 충격으로 정신착란증을 앓았다. 그가 와병 중에 꿈속에서 보았다는 흑의금발의 노인과 중년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신비함을 얹은 전설 같은 얘기이다.

흑의금발 노인은 상제, 중년 남성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생각하였으니 그는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의 동생이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배상제회가 군사를 일으키고 건국을 정당화하는데 활용된 신화화 된 허구라고 생각된다.

 

그의 동지인 양수청도 마찬가지다. 홍수전은 동왕 楊秀淸에게 태평천국 정부와 군정의 실권을 맡겼다. 양수청은 자신의 권위를 합법화 하게 위해 가끔 몽환 상태에 빠지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곧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그 같은 몽환 상태에서 天父가 양수청의 몸속에 내려와 명령을 내린다하며 마침내 홍수전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홍수전이 무고하게 첩을 버렸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는 등, 천왕 홍수전을 자기관할의 동왕부로 오게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이 사건을 빌미로 홍수전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신앙심을 가진 무리들이 소외계층에 강한 호소력을 발휘해 大同사회의 이상향을 만들려한 것이 시대상황에 맞아떨어져 13년간이나 중국대륙을 흔들었던 것이다.

꿈속에서의 어떤 게시를 현실에서 이루려고 했던 한 사나이의 성공과 좌절이 유구하고 완고한 봉건 전제군주제를 뒤흔들고 나아가 청조가 몰락하는 한 계기가 되었다.

 

2.태평천국의 통치양식

진텐(金田)으로 배상제회 회원들을 소집할 때, 배상제회 회원들은 가옥과 재산을 처분하여 병영내의 성고라는 이름의 창고에 넣고 균등하게 지급받을 공동재산으로 삼았다. 또한 토지와 생산물을 포함한 만물을 상제의 소유물로 보아 국가가 관리 분배하는 국유형식을 취하고, 잉여생산물의 국가귀속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토지분배의 경우 토지등급을 엄격히 조정하여 노동력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이전의 중국왕조에서 찾아보기 힘든 급진적인 것이었으며 절대평등을 이상으로 한 일종의 원시공산사회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 이들의 정치권력은 종교적 권위를 매개로 형성된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 태평천국 교도들은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했으나 남녀간의 교제는 허용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성적 접촉이 금지되었다. 태평천국 내에서의 생활은 엄격한 금욕주의의 규제를 받았으며, 술 담배, 아편은 또한 엄격히 금지되었다. 그러나 태평천국의 지도자들은 많은 여성을 거느릴 수 있었다. 여기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구성원들 거의 대부분이 당시 사회에서 낙오되고, 가난에 찌든 농민,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과도한 권위주의와 금욕주의로 이들을 통치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3.태평천국이라는 유토피아

중국화 된 그리스도 교리에 경도된 광기어린 신념과 태평천국이라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꿈은, 그 지도자들의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신앙심과 어울려져 초기에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 이어질 수는 없었다. 너무 주관적이고, 현실과 괴리된 정책들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도자들의 내분과 비도덕적인 행동들은 곧 조직의 무기력과 좌절을 가져왔다. 그들의 신화는 권력을 잡는 순간 사실상 민중위에 군림했으며 이들이 추구하던 태평천국의 꿈은 이상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4.역적인가 혁명가인가?

한동안은 태평천국의 난이라고 했었다. 농민반란이라고도 했다. 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동학난이라고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인지 의거니, 운동이니, 혁명이니 하고 의미가 바뀌었다. 역사는 누구에 의해서 기록되는가? 승자의 편에서인가. 아니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살아있는 권력에 의해서 쓰여지는가?

 

난세에는 세상을 구원해줄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간절히 기다리면 그 기다림에 부응하여 영웅이 출현하기도 하는데, 이 시기의 홍수전이 바로 민중이 기다리던 영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 조그마한 마을의 훈장에서 그 지역 민중의 지도자가 되고, 이윽고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 된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 것이다. 비록 그 영웅이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논리에 물든 이단일지라도 영웅은 영웅인 것이다.

 

홍수전의 반란은 중국에서는 수많은 농민반란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반란을 자기편에 유리하게 이용하여야하는 정치세력은 이를 미화시켜야 했다. 손문이 그랬고 공산당 혁명세력도 태평천국을 미화했다. 청나라 만주족에 저항했다는 것, 농민을 위해 봉기를 했다는 것, 평등을 지향했다는 것 등이 그 이유였다.

 

Ⅴ. 맺음말

태평천국을 세우려던 홍수전의 정책들은 혁명이 실패한 이후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처 제대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토지와 생산물을 균등하게 분배하려 했고, 그리고 평등사회를 만들려는 그의 이상은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다. 신화를 통해 지상천국을 건설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열정이 배고픈 민중들에게 먹혀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의 제국 청나라를 위협할 정도로 막강했던 태평천국도 결국에는 수많은 농민반란 중 하나로 소멸되고 말았다.

비록 태평천국의 난은 실패로 끝났지만 근대사회로 나아간다는 지향성을 띄고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농민반란 이라기보다는 혁명성이 있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이들의 異民族과 외국세력에 대한 저항은 중국이 서구열강의 완전한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아준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Ⅳ. 참고 문헌

1.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 :2006.11. 조너던 D.스펜서. 이산

2.중국사 강의 : 2011.9.9. 조관희. 궁리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