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신고는 시민의 의무

甘冥堂 2012. 8. 2. 21:34

저녁 식사 후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바로 길 건너편에 주차한 흰색 차량에서 연기가 납니다.

누가 답배를 피우나?

잠시후 다시 쳐다 봐도 연기의 모양이 담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차 앞으로 가 보니 차량 앞 본넷트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얼른 관리실에 전화 걸고, 119에 신고 했습니다.

경비원들이 뛰어 오고, 몇몇은 소화기를 들고 와 뿌립니다.

차 문을 열려고 커다란 돌로 창문을 깨려하나 얼마나 단단한지 깨지지도 않습니다.

소방서에서 확인 전화가 옵니다. "차량에 불이 났다. 연기가 심하다. 빨리 소방차를 보내라" 하며 내가 덩달아 바빠집니다.

 

연기가 점점 더 나면서 지독한 냄새까지 납니다. 드디어는 불꽃이 번지면서 그 불덩이가 차 밑바닥을 통해 보도 위로 떨어집니다.

차량이 곧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

본넷을 열고 소화기를 뿌려댑니다. 계속하여 6~7통을  뿌려댑니다.

그 사이 6층에 사는 주인은 내려 오지도 않고 자기집 창문에서 뭐라 소리만 지르고 있습니다.

차주의 부친인 듯한 사람이 볼맨 소리를 합니다.

이까짓 차에 불이 좀 났다고 119에 신고를 헀느냐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며 못마땅해 합니다.

별일 입니다.

 

불이 다 꺼지고 연기도 거의 잠잠할 무렵 소방차가 도착합니다. 무려 4대나 왔습니다.

이미 다 타버린 차에 소방 호수로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 댑니다.  "야, 압력 좀 줄여!" 하는 모습들이 웃깁니다.

신고한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 생년월일, 전화 번호, 六何原則대로 물어 봅니다.

 

경찰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신고한 사람이죠? 우리가 갈 때까지 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좀 있으려니 경찰들이 왔습니다. 차 주인이 누구냐? 왜 불이 났느냐? 방화냐, 실화냐? 한참 따져 묻습니다.

차는 완전히 못쓰게 된 것 같았습니다. 밧데리에 문제가 있는 듯 합니다. 아니, 이 불볕 더위가 원인인지도 모릅니다.

주인의 어이 없어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평생에 처음으로 119에 신고를 해 본 날입니다. 

그러나 뒷맛은 썩 개운치가 않습니다.

.... 뭐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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