愼其獨.
어느 유명한 병원 휴게실 달력에 있는 이 글을 보고, 역시 최고의 그룹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라 뭔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탁상 달력에 愼其獨 단지 세 글자만 쓰여 있어 언듯 보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환자들에게 그 문구가 무슨 도움이 되랴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 혼자 있을때 아프더라도 좀 참아라 하는 뜻이 아닐까? ㅎ
요즘 불볕 더위에 집안에 있어도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로 덥다. 어제 밤에도 너무 더워 몇 번씩 일어나 앉아 있어야 헀다.
낮에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에는 웃통을 벗고, 반바지 차림에 앉아 있곤 한다.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나면 얼른 웃옷을 걸쳐야 한다.
웃옷을 걸쳤다하면 더위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오늘 마침 집안에 아무도 없다. 이게 웬 떡이냐? 얼른 웃통을 벗고 대청에 큰大자로 누워 버린다. 아이구 시원해.
선풍기도 틀고.. 이리 딩굴 저리 딩굴...
지난번 반상회 때.
대낮에 거실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닌다던지, 애정 행각을 하는 것을 가지고 여러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는 반장님의 주의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얼른 주위를 살펴본다.
혹시 저 앞집에서 내려다 보고 있지는 않은지, 저 뒷집에서 망원경을 조준하고 있지나 않은지 조심스레 점검도 하였다.
아니, 대낮이고 밤중이고, 제 집에서 제가 좋아 옷을 벗던, 사랑을 나누던 무슨 상관이람.
외국애들은 산속이던 해수욕장이던 아무 곳에서나 별 짓을 다하는데...볼멘 소리도 나올법 한데...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웃통을 벗으니 아래통(?)도 벗고 싶은 법. 한참을 망설이다가, 예라 모르겠다. 벗고 보자.
시원하긴 한데... 혼자 보기에도 민망하다.
쉰머리에 배불뚝이가 삶은 돼지 엎어놓듯 배를 깔고 누웠으니 그 흉악한 그림이 대강 그려진다.
君子는 必愼其獨也라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하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大學에 나오는 말이다.
얼른 일어나 옷을 주워 입고 정색하고 책상에 앉으니, 시원함도 답답함도, 벗은 때나 입은 때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마 모르긴 해도 나의 이런 모습을 누군가는 보았을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보았겠지...
점잖게 세수대야에 수도물 받아 발이나 담그고 있어야 하나?
옛날 분들은 정말 그랬을까?
군자도 아니면서 점잖은 척 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요즘같은 폭염하에서는...
누군들 하고 싶어 이러는 줄 알아? 자식들한테 민망해서 그러는 거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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