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통의학에 심취하여 몇 년간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익힌 침술로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뛰어다니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공부하며 봉사하고 있지만 요즈음은 여러 일로 바빠 전과 같이 봉사에 전념할 수가 없다. 2010년에는 저 멀리 베트남 땅에 가서 몇 개월 봉사도 하고...나름 보람과 긍지도 있었다.
요즘들어 눈도. 이도. 귀도 전과 같지 않게 고장이 나곤 하니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너무 오래 써 버린 기계가 슬슬 고장이 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하고 생각은 하지만 불편하니 답답한 것이다.
병원을 다녀도 신통치가 않고.. 발달되었다는 서양의료가 뭐 이런가? 전통의학에 비해 나은 게 무엇인가?
병원 다니기를 중단하고, 내가 아는 지식으로 내 몸에 대한 치료를 내 스스로 하고 있다.
모르긴 해도, 병원에 가서 쓸데없는 검사로 비용만 부담하는 것보다, 거의 무비용으로 집에서 침뜸으로 치료하는게
훨씬 빠르고 효과도 좋을 것이다. 의보재정에 보탬도 되고...ㅎ.
도대체 서양 의료가 환자를 대하는 관점이 무엇인가?
...
과학기술의 발전과 결합된 서양의 의료기술은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복잡다양하고 어찌 규정할 수 없는 생명현상을 확실한 잣대에 두기 위해 인간의 질환을 우리 몸이라는 공간속에 위치시킨다.
그리고는 다시 그 질환을 인식이 공간에 위치시키는 고정화 작업, 즉 언어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미셀 푸코.1994)
푸코는 서양의학이 그 대상화 밖에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한다고 한다.
서양의학에서 공간화 언어화 되지않는 질병현상은 도외시 된다.
한편 서양의학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급격하게 발전하여 메스를 대지 않고도 우리 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MRI. CT. 등은 경이로운 발전이다. 이러한 진단 장비들은 공간화의 현대 의료과학기술적 표출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단순화 공간화를 통하여 가장 확실한 질병만을 의학적 대상으로 간주하려 한다.
그렇다면 서양의학은 우리 몸을 어떤 관점을 갖고 대하고 있나. 몇가지 사례를 들어 본다.
먼저 수치화 개념이다. 공복상태에서 혈액속의 혈당의 숫치가 126mmg 이상인 경우 서양의료는 당뇨병이라고 진단한다.
126이라는 숫자를 통해서 표준화 단순화 된다. 여기에 환자 개인의 생활습관 사회적 관습등은 철저히 무시된다.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가 눈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모습은 점차 보기 어렵다. 의사는 컴퓨터 모니터에 숫자화 되어있는 챠트만 보고
그 결과로 진단하고 처방한다. 환자라는 인간 존재보다 진단기가 제시하는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두번째의 예로 초음파 진단의 경우이다. 초음파는 태아의 현재 상태를 가시화 시킴으로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기여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선별 낙태- 여아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했다.
문화 사회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전세계에 보급 시킨 결과다.
세번째. 미국에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사이에 청소년 우울증, 조울증 환자가 30~40배나 폭증했다.
미국의 제약화사와 정신과 의사들의 만들어낸 의료 영역 넓히기의 영향이다.
상업주의가 의료화 확산에 중요한 추동력이 된 것이다.
네번째 서양의료는 우리 생애의 변화에 개입한다.
청소년들의 성장 클리닉. 남녀 중년들의 갱년기 클리닉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형 열풍은 과거 관혼상제의 관례에 해당하는 것 같다.
수능 시험 후 성형은 통과의례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의사들의 이윤추구가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성장기를 지나 어른이 되면 나이듦에 대한 의료화 담론이 기다린다.
노안이 오고 기력이 떨어지는 시기를 40대로 본다면, 우리가 80년을 산다고 봤을 때 앞으로 40년이 노화의 이슈와 함께 하는 삶이 된다.
이렇게 장기간 이 노화 문제와 묶이며 의료화 대상이 되는 것은 이 기간의 생애가 많은 지병에 노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년 이후의 나이듦 자체도 비정상적인 상태로 보는 의료 담론들이 문제인 것이다.
노화는 누구나 거쳐야하는 생애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노화의 의료화는 그 자연스러운 변화를 병적인 상태로 규정한다.
인류 역사상에서 지금처럼 의료에 관심이 집중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서양의료는 우리의 인간관계. 생애의 변화. 그리고 사회 문화적 이슈들에 개입하면서 우리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와중에 자리잡은 한국사회는 서양의료에 대한 성찰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서양문화. 백영경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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