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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의 고소설에서의 위치와 박지원의 人物性同異論

甘冥堂 2013. 9. 5. 15:22

 

 

1.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고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연유.

 

금오신화 속에는 전기소설의 문학적 성취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설이라는 갈래가 갖고 있는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금오신화를 우리 소설사에서 작가가 명확하게 밝혀진 선구적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금오신화가 고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연유를 두 가지로 살펴본다.

 

첫째. 오랜 문학적 전통을 포괄하고 수렴한 토대위에서 성립되었다는 사실이 내재되어 있다. 금오신화 창작의 연원과 배경이 그것이다. 금오신화 성립전후인 15세기 후반에 稗說문학이 성행했는데 당시 민간의 언어와 사유, 민속적 관념과 신앙이 지배층의 언어문화와 활발하게 교섭한 결과이다.

금오신화의 다채로운 귀신 이야기는 바로 민간과 지배층의 교섭의 산물로 하나의 서사를 형성하게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생규장전>의 홍랑의 행적은 당시 민간 전승의 열녀담에 연결될 수 있어, 전대의 열녀담과 열녀전의 전통을 가져와 소설 속에 녹여 낸 사정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둘째, 금오신화는 전대의 한문학의 전통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창작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詩詞라든가 , 記事, 山水記, 問對. . 假傳. 祭文. 祝文 등의 산문 양식이 자유자재로 소설 속에 펼쳐져 있어 김시습 자신의 文才를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하면서 금오신화의 소설적 성격을 더욱 명확하게 확정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소설을 잡식성의 문학 갈래라 하거니와 금오신화야 말로 전대의 문학양식과 주변의 문학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소설이 갖는 다양한 포식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2. 상대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인물성동론을 바탕으로 박지원의 소설<호질>에 대해

 

人物性同異論은 철학적 논쟁으로, 예를 들어 사람과 동물이 자식과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는 행위가 같은가 다른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위가 같다고 보면 人物性同論이요 다르다고 보면 人物性異論이 된다.

이는 바로 사람과 동물의 개별적 차이를 넘어서는 근본적 원리의 존재를 인정하느냐의 문제로, 즉 개별적 차이를 넘어서는 대등한

가치를 인정하는 상대주의적 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人物性同論의 입지점은 연암의 <虎叱>과 같은 작품을 형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호질>에서 북곽선생을 호되게 꾸짖는 호랑이의 진술에 인간의 삶과 호랑이의 삶이 대등한 관점에서 견주어지는 人物性同論의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그 부문을 살펴본다.

 

도망을 치다가 들판의 똥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기어올라보니 호랑이가 길을 가로막아 섰다. 살려 달라 애원하니. 호랑이가 면전에서 아첨하는 그를 꾸짖는다. 천하의 못된 이름을 호랑에게 씌우고 다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하니 누가 너를 믿겠느냐. 무릇 천하의 이치는 하나뿐이니 호랑이의 성품이 악하다면 인간의 성품 또한 악한 것이고 인간의 성품이 착하다면 호랑이의 성품 또한 착한 것이다.

 

호랑이들은 초목을 먹지 않고 벌레와 물고기, 술과 같은 퇴폐적이고 어지러운 것도 즐기지 않고 오직 산의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고

들에 나가 소나 말을 잡아먹을 뿐이며 남에게 누를 입히거나 송사를 한 적이 없으니 호랑이의 도야말로 광명정대하다. 인간들은 소나 말의 태워주고 복종하고 노력하고 충성하고 따르는 공을 저버리고 매일 도살하여 푸줏간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뿔이나 갈기마저도 남기지 않는다. 그러고도 다시 우리 먹이인 노루와 사슴까지 침범해서 우리를 산에서 먹을 것이 없게 하고 들에서도 굶주리게 하니

하늘로 하여금 그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를 먹어야 하겠느냐, 풀어줄어야 하겠느냐?

 

무릇 제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는 것을 라 하고 생명을 잔인하게 해치는 것을 이라 한다. 인간들은 노략질하고 돈을 이라 부르기도 하고 장수가 되기 위해 자신의 처를 죽이기고 한다. 이러고도 인륜의 도리를 논함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인간은 를 말하고

논하며 툭하면 하늘을 일컫지만 하늘이 명한 바로써 본다면 호랑이나 사람이 다 한 가지 동물이다.

 

위와 같은 호랑이의 꾸짖음은, 바로 인간이나 동물이나 그 근본은 같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으로 人物性同論을 호랑이의 입을 빌어 주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