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전쟁과 평화

甘冥堂 2014. 10. 11. 12:15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어갑니다.

6시,

어김없이 전화 벨이 울립니다.

보나마나 우리 며느리 전화입니다.

"아버님, 언제 들어오세요?"

 

친구들은 다 압니다.

그리고는 속도없이 부러워합니다.

"너, 며느리 잘 봤다."

"요즘 애들치고 그런 애 드물다." 등

 

짐짓 못마땅한 양 야단칩니다

"전화 하지 말라고 그랬지..?"

전쟁터에 나간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느냐, 왜 늦느냐.

왜 이런 걸 묻느냐?

 

남자가 밖으로 나도는 것은,

사회생활을 해야만 하는 동물이니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외출할 때는 어떤 목적이 있어 나가는 것이지요.

식구들 먹여 살리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자신의 취미나 사회적 품위를 유지하는 목적 등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니, 어딜 가느냐? 혹은, 왜 늦느냐? 이런 것은 묻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웃기고 있네.

20년 백수가 하는 일이란 게 뻔하지요.

맨날 나가서,

무슨 건수 없나? 누구랑 술을 마실까? 어디가서 게길까?

 

오늘도 한 잔 얼근하여 현관문을 거칠게 두드립니다.

뭐하는 거야, 빨리 문 열지 않고!

너희들은 인사도 안 하니? 손주들에게도 엄하게 야단을 칩니다.

"A man is a King, in his own house"

왕으로서의 권위가 당당합니다.

 

"당신은 뭐하는 거야? 하늘 같은 신랑이 전쟁터에서 돌아왔으면 냉큼 엎드려 신발 벗기지 않고!"

"전쟁 좋아하네. 술 마시는 것도 전쟁인감?"

빈정대는 아내에게 엄숙하게 목소리 깔며 말합니다.

"조국평화와 국민복지를 위해서지... 안 그래?." 확인까지 합니다.

"왜, 우주평화를 위한다고 하지."

마누라 한 마디에 그만 꼼짝 못합니다.

 

아, 술 취하네.

이젠 소주 한 병에도 술이 취하네 그려.

그만 잡시다. 내일의 전투를 위하여...

오늘밤 전투는?

ㅎ. 그건 이미 평화조약을 맺었잖소?

 

이리하여 오늘의 전투도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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