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眠 / 唐庚
취하여 잠자다
山靜似太古 산이 고요하니 태곳적만 같고,
日長如小年 해가 기니 하루가 작은 일 년만 같네.
餘花猶可醉 남은 꽃이 있으니 아직 취할 만하고
好鳥不妨眠 아름다운 새들은 잠자는 것 방해하지 않네.
世味門常掩 세상일 흥미를 잃어 문은 항상 닫아놓고
時光簟已便 계절의 풍광에는 대자리가 이미 편하다네.
夢中頻得句 꿈속에서도 자주 좋은 시구가 생각나지만
拈筆又忘筌 붓을 들고 쓰려하면 바로 시구를 잊는다네.
小年: 작은 한 해. 작은 1년. 世味: 세상의 맛. 속세에서 바라는 名利같은 것.
時光: 시절에 따른 풍광. 簟(점): 대자리 拈筆: 붓을 잡다.
忘筌: 통발을 잊다. 통발은 고기를 잡는 기구. 莊子 外物論에 물고기를 잡고나면 통발은 잊게 된다(得魚忘筌)고 하였다.
어떤 일이든 그 목적을 이루고 나면 그 목적을 위하여 쓰던 수단은 소용이 없어져 잊게 된다는 것이다.
작자 : 唐庚(1071~1121) 자는 子西이며 眉山 또는 魯國先生이라 호하였다. 北宋 眉州 四川省 사람.
글을 잘 지었고 진사가 된 뒤 宗子博士가 되었다. 惠州로 좌천되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죽었다.
빈틈없는 글로 이름났고, 현실을 반영하는 시도 적지 않게 썼다. 《唐眉山集》 24권을 남겼다.
혜주로 귀양 가 있을 때 지은 시라 한다. 유배지에 있으면서도 전혀 슬프거나 초조한 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