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닭 한마리 모임을 가졌다.
2009년부터 매월 한 번씩 닭 한마리 파티를 열었었는데
작년부터인가 흐지부지 되더니,
금년에는 송년모임을 겸해서 겨우겨우 모였다.
그 중 한 친구는 공교롭게도 동생의 부음을 전하고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은 일산 장날과 겹쳤다.
배낭 짊어지고 일산장에 가서 아주 튼실한 놈으로 준비했다.
이것 저것 부속재료들도 배낭에 넣으니 제법 무겁다.
토종닭, 토종오리를 각 1마리씩 커다란 들통에 넣고 1시간 정도 푹 삶으면 요리 끝이다.
여기에 약제. 마늘 대추 대파, 찹쌀 등을 넣으면 기가 막힌 닭백숙이 된다.
닭한마리 모임.
애초의 의도는 해마다 찾아드는 불청객, 조류독감으로 인해 축산농민들이 어려워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시작한 것이었다.
매번 모여 술 한잔 나누며 얘기꽃도 피우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야 만다.
이젠 불러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오지도 않고,
어떤 친구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이미 술에 만취되어 나타나는 놈도 있다.
해놓은 음식 먹으러 오라고 해도 이 모양이니,
순수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왜 이렇게 변해 갈까?
무엇보다도, 입맛이 변했기 때문일 게다. 닭 삶은 것은 이제 '별로'인 세대가 된 것이 큰 이유다.
닭 백숙이라는 것도, 어렵고 배고플 시절에나 최고의 음식이지,
지금같이 먹을 것이 흐드러진 세상에 그 무슨 맛인가?
또, 친구이라는 단어도 이젠 '가끔 만나는 사이' 정도의 의미밖에는 없는 것 같다.
세월에 물들고 세파에 시달리니 자연스레 그렇게들 변해 간다.
내 사는 일산 주엽역 지하철 벽면에,
衣不厭新 人不厭故라,
옷은 새 것을 싫어하지 않고, 사람은 옛친구를 싫어하지 않는다 했거늘
이도 이젠 빛 바래지는 것인가?.
오늘을 끝으로 닭 한마리 모임을 끝내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을 문자로 날렸다.
그동안 즐거웠다.
건강하고 행복해라. 친구들아.
익숙한 것으로 부터의 이별.
서서히 멀어지는 게 어찌 이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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