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미인의 조건

甘冥堂 2016. 2. 2. 06:35

미인의 조건1

 

手如柔荑  수여유제     손은 부드러운 삘기 같고,

膚如凝脂  부여응지     피부는 엉긴 기름과 같고,

領如蝤蠐  영여추제     목은 굼벵이 같고,

齒如瓠犀  치여호서     이는 박씨와 같고,

螓首蛾眉  진수아미     매미 머리에 나비 눈썹이로다.

巧笑倩兮  교소천혜     빙그레 웃음에 입가가 예쁘며,

美目盼兮  미목변혜    아름다운 눈에 눈동자가 분명하구나.

 

: 삘기 제    : 나무굼벵이 추     : 굼벵이 제

: 표주박 호 : 무소 서, 굳셀 서, 여기서는 박씨 서

: 씽씽매미 진, 이마가 넓고 아름다우므로 미인의 이마를 형용하는데 쓰임.

: 나방 아. 특히 누에나방을 이르는데 누에나방의 촉수(觸鬚, 더듬이)는 초승달과 비슷하기에 초승달의 비유로 쓰이기도 하고,

털이 짧고 길게 굽은 미인의 눈썹에도 비유된다.

: 예쁠 천    : 눈이 예쁠 변()

 

머리속으로 그려 보건데

손이야 뭐 부드러운 풀과 같으니 그렇다 치고

피부가 엉긴 기름 같다고 하니, 돼지기름이나 쇠기름은 먹기에 께름칙해 마지않는데, 그것이 엉겨있다면 더욱 심할 터,

어찌 피부를 엉긴 기름에 비유하는지 모르겠다.

목은 굼벵이 같다고 하니. 꿈틀꿈틀 굼벵이는 징그러워 쳐다보지도 않는데 여인의 목을 이에 비유하다니 너무 심한 것 같다.

이빨은 그런대로 박의 씨같이 가지런하다고 해도, 매미 머리에 나비 눈썹이라니.

도대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번려문. 미사여구, 과장법이 유난히 발달한 중국 사람들이 미인을 이런 정도로 묘사한 것을 보면 나름 무슨 의미가 있을 터.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자. 


: 길고 희고 말끔하고

피부: 엉긴 기름이란 것도 쇠 사골이나 꼬리뼈를 푹 삶아 식히면 그 엉긴 모습이 뽀얗고 말랑말랑하니 부드럽기만 하다.

못 먹던 시절, 이 기름덩이가 얼마나 귀했더냐?

파리 구더기가 아닌 약용으로 쓰이는 굼벵이는 크기도 크거니와 희고 주름져, 살져 긴 목에 주름지듯 富티가 날 것 같기도 하다.

남방 사람들은 이 굼벵이가 최고의 영양식이라 하니 뭐 그런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치아: 박씨는 크기도 반듯하고 희고 가지런하니 이빨을 비교함에 무리가 없다.

머리와 눈썹: 머리가 매미 이마같이 반듯하고, 그 눈썹은 누에나방의 촉수같이 털이 짧고 기다랗다고 하니 詩的이다.

웃는 입: (예쁠 천)口輔之美라 광대뼈(輔)와 입 사이의 뺨이 도톰하고 오목한 보조개가 패었으니 예쁘고 귀엽지 않을 수 없다.

: 눈동자가 검고 흰색이 분명하면 건강하고 총명해 보이니 이 또한 적절한 표현이다.


이렇게 다듬어 놓으니 미인을 표현함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옛분들의 비유가 비록 거칠고 조잡한 느낌이 들지만 나름 생활 밀착적이고 소박하고 담백한 맛이 있다.


요즈음의 젊은 연인들이 마주 앉아, 네 이마가 매미 같다느니 목이 굼벵이 같다느니

눈썹이 나방이 촉수 같다고 잘난체 아양을 떨다가는 그야말로 한 방에 저승에 갈 수도 있겠다.


  1. 시경 위풍 제3편 석인4장(碩人四章)] [본문으로]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讀書百遍而義自見  (0) 2016.02.04
나그네 가는 길  (0) 2016.02.02
나그네 시 모음  (0) 2016.02.01
남의 말 내 또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0) 2016.01.31
마약왕과 여배우의 사랑의 역설  (0) 201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