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배신자의 최후

甘冥堂 2019. 12. 24. 04:36

얼어붙은 늪 속에 얼어붙은 배신자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묘사는 책을 읽는 사람도 몸서리쳐지는 곳이다.

지옥에 갇힌 죄수들은 얼어붙은 늪에 잠긴 채 개구리처럼 얼굴만 내놓고 추워서 이빨을 부딪치고 있었다.


지옥 제9원의 첫번째 구역은 카이나였다.

여기서 단테는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두 영혼을 보았다. 둘 다 눈물까지 얼어붙어 있었다.

이들은 형제였지만, 아버지가 물려준 성과 토지의 상속문제로 서로 앙숙이 되고 말았다.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카이나'라는 그 구역의 이름 그대로였다.

이 늪에 갇혀 있는 영혼들은 모두 혈족을 배반한 자였다.



두번째 구역 안테노라에는 자신의 조국이나 당파를 배반한 자들의 지옥이다.

당파싸움에서 상대편을 도운 우골리노 백작은

루지에리 대주교에게 붙잡혀 아들 둘, 손자 둘과 함께 감옥에 갇혔다.

먹을 음식이 없어 모두가 쫄쫄 굶어야 했다. 백작은 비참한 마음에 자신의 팔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아버지가 배가 고파서 그렇게 한 것으로 오해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차라리 저희를 잡수신다면

우리의 고통이 훨씬 가벼워지리니

아버지가 입혀주신 이 비참한 살을

차라리 아버지가 벗겨주세요

-지옥편 제33곡.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준 영혼은 다시 대주교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단테는 그 비참한 모습을 보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인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얼굴의 절반만 얼음 위로 나오고 눈 밑으로는 온몸이 얼어붙은 자들을 만났다.

이곳의 영혼들은 눈물조차 얼어붙어서 그만큼 더 고통스러웠다.

지옥 제9원의 세번째 구역인 돌로메아에 같힌 영혼들은 모두 손님을 초대해 놓고 죽인 배신자였다.

수도사 알베리고는 불화를 겪던 친척들과 화해한다며 그들을 초청해 놓고는 살해한 인물이다.

연회장에서 "과일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신호로 숨어있던 자객들이 나와 이같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지옥의 가장 밑바닥인 제9원의 넷째구역은 주데카라는 곳이다.

은혜를 배신한 자들이 들어 있는 곳이다.

예수를 배반하고 팔아넘긴 유다도 바로 여기에 같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루키페르는 원래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천사였다.

그러나 자신도 하느님 같은 존재가 되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런 반역행위에는 전체 천사 가운데 10분의 1가량 되었다고 한다.


주데카의 우두머리는 루키페르였다.

그는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얼굴마다 배의 돛보다 큰 날개를 둘씩 달고 있어,

그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찬바람이 일어나 지옥이 얼어붙게 되어 있었다.

입에는 죄인을 1명씩 물고 있었다.

그 죄인은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와 로마의 브루투스 및 카시우스였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는 로마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암살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들은 카이사르를 암살한 후 사태를 장악하는 데 실패하고 로마를 떠났다.

그리스로 건너간 이들은 필리피에서 안토니우스가 지휘하는 군대와 결전을 벌인 끝에 패배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로마의 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거사를 결행한 이들은 배신에 대한 책임으로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투옥됐다.

특히 브루투스는 카이사르가 각별히 목숨을 지켜주고 보호해주었는데도 역모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가혹하게 처벌한 것이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은 여기에서 끝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돌아본다.

재벌가의 재산 싸움. 조국과 당파를 배신한 정치인들.

그리고 은혜를 배반한 자들로 가득하다.


배신자.

그 배신자들로 인해 나라가 엉망이 되었다.

그들은 반드시 죄값을 치룰 것이다. 희희낙낙하는 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의 최후가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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