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잔 치우거라

甘冥堂 2020. 6. 21. 21:19
醉하게 마시고 멍하니 누웠으니
億萬가지 시름이 스물스물 밀려온다
아이야, 盞 치우거라 시름 막아보리라.

하늘의 망은 성성한 것 같아도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
天網恢恢疏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실)
노자에 나오는 말이다.

오디.보리수.매실.송담.독할...
금년에 담근 술이다.
30도 막소주 값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갔다.
여기에 술병용기. 설탕 값은 또 얼마인가?

누가 먹으려고 그리 많이 담그냐?
나 혼자 먹으면 십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술 취해 정신 없고. 또 건망증도 심해진다.
'컴퓨터 암호가 뭐드라?'
이쯤되면 하늘의 망에 걸린 것이다.

탄로가를 아무리 구슬프게 읊어도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다.

세월 탓 하기보단 차라리 그놈의 술
끊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나?
"잔 치우거라."

인생의 낙이 하나 없어지려 한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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