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소설 쓰냐?

甘冥堂 2020. 7. 31. 09:10
상대방이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일 때
한 마디로 제압하는 말이다.
"소설 쓰냐?"

소설은 허구로 이루어져 있지만 개연성과 설득력이 없으면 소설이라 할 수 없다.


조국 수사에 반대했던 친여 성향 검사장이
추장관 아들 사건을 수사하는 지검장으로 부임한지 3개월만에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해당 수사는 고발 6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설의 개연성으로 충분하다. 다만 설득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할 뿐이다.

"엄마가 단지 국무위원이 됐다는 이유로 만신창이가 되는 데 대해 아이한테 미안하다. 아이가 눈물을 흘린다."
감동적인 가족소설이다.

고위 검사들의 막장드라마급 육탄전은 권력 상층부의 도덕적 파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사기전과 5범의 제보로 시작된 검언유착 수사는 수사심의위원회의 중단 권고까지 받았지만,
정권에 충성스런 부하가 상관을 짓누르며 휴대전화 압수를 하려다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이것은 '개혁'인가, 코미디인가?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자식에게는 아무 부끄럼없이 아빠.엄마 챤스를 쓴다.

초1 어린애가 심각하게 묻는다.
"난 아빠 챤스에 뭐가 있어?"
농사꾼에게 무슨 챤스가 있으랴.
너무 민망하다.

소설가 이병주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야사)가 된다"고 했다.
지금 달빛인지 똥빛인지에 물든 이 현실이 몽땅 소설이 될지도 모르겠다.
슬픈 소설이 되겠지만...

(일부 기사를 편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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